스스로 움직이는 아이

2호 이야기_두랑이의 시간

by 아시시

"엄마! 혹시 내가 8시에 안 일어나면 깨워 주세요."


둘째, 두랑이의 말이다. 방학이 되면, 늘어지거나 여유있게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학을 한 지 4주가 되어가도록 두랑이에겐 흐트러짐이 없다. 8시 전후로 일어나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고 점심을 먹고 나면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나 학원이 아닌 집에 있는 시간은 종이접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무엇이 이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걸까.


학원 다녀온 후 저녁 시간에 만든 로봇 종이접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친구처럼 지내던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누나가 무슨 말을 하든,

"응, 누나."하며 따라붙던 아이였다. 누나에게 춘기씨(사춘기)가 오면서 두랑이의 방황이 시작됐다. 상냥하게 웃으며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던 누나가 혼자 있고 싶어 했고 날카로운 말을 내뱉었다.


2026년 1월, 인천에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축복이랑 놀면 시시하다고 말하던 두랑이다. 세 살 위 누나에게 맞춤화 되어 있었다. 갑자기 세 살 어린 동생과 눈높이를 맞추려하니, 막막할만도 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두랑이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레고를 가르치고, 종이접기도 권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방에서 분주한 내 옆에서 슈퍼윙즈 인형들을 다 들고와선 혼자 종알종알 놀던 네살배기 두랑이, 어느덧 동생을 챙기고 엄마가 장보고 온 가방을 들어준다. 뮤지컬 위에도 담담하게 오르는 두랑이를 보며 세월의 속도를 실감한다. 아이가 살아낸 시간은 늘 조용해서,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아이는 무엇을 바라보며 자랐는지,

그리고 내가 그동안 무엇을 바라보며 기다려왔는지도 함께 말이다.


성장은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어른이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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