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Jo Feb 09. 2023

The Time Windows ― 시간의 창

네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조이조 (Joy Jo) 네 번째 개인전, The Time Windows ― 시간의 창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이다. 그러나 현재를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 것일까?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현재’란 모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에 언급되었듯, 시간은 선이 아니라 점의 형태로 곳곳에 흩어져 존재한다. 즉, 시간은 우주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 타임라인이 아닌 무수히 많은 각각의 개별적 사건으로서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현재’라는 점을 기점으로, 각각의 과거와 미래는 모래시계처럼 꼭짓점을 맞닿은 두 개의 원뿔로 서로 대칭을 이룬다. 


시공간을 나타내는 빛원뿔 (출처- 위키피디아 'World line')


과거의 세대와 미래 세대를 구분하는 ‘동시대’라는 개념 또한 어떠한 절대적 특수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을 중심으로 한 무수한 사건들의 중첩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각각 자신이 속한 사건의 현재인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탐구하며 나름의 궤적을 그리고 정의한다. 이러한 기록들이 남아 유의미하게 쌓인 후에야, 저 멀리 또 하나의 사건으로 나타날 누군가가 그의 희미한 관점으로 현재 우리가 말하는 ‘동시대’를 어렴풋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라는 개념 또한 후대의 관점과 필요로 인해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임의로 구분된 것이듯 말이다.


‘지구가 움직인다’는 진리가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처럼, ‘공통적인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받아들이게 되는 시점이 아마도 우리가 우리를 중심으로 인지하고 있는 ‘동시대’가 끝나는 지점이 아닐까.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가 받아들여지건 뒤집어지건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속한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현재는 바로 ‘나의 관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나의 관점이란, 곧 나에게 해당되는 ‘시간의 창’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시간의 물리적 실체를 파헤치고 그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예술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환상을 다른 차원으로 인식하고 향유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환상에 불과한 시간은, 과거와 미래는, 계절은, 한 가족의 역사는, 나의 생각과 눈길이 머무는 대로 기록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관점으로 나뉘는 내 주변 모든 것들의 과거와 미래는 타인의 관점 안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일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임종 직전에야 발견한 나와 똑같은 모양의 손톱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축제처럼 느껴지는 겨울과 죽음처럼 다가오는 여름이, 버려졌다 다시 태어난 과거의 작품이, ‘시간’이라는 환상 너머에 존재하는 사건들의 오묘한 실체를 저마다의 흐릿하고 아름다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 2023, 과거와 미래 한가운데에서.


Reborn, 캔버스에 아크릴, 130.3×97cm, 2022


겨울 새벽 Winter Dawn, 캔버스에 아크릴, 80.3×100cm, 2023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짧은 회고, 그리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