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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Nov 21. 2023

그들이 나의 풍경을 완성하듯

세상의 조각으로서 유대하기



대학 때부터 역마살이 발동하여 운 좋게 해외를 떠돌아다니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앵글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내가 남의 사진 속에 우연히 잡혀 확인할 길 없는 모습으로 남겨지는 것 또한 싫었다.


지금껏 내가 이름 모를 타인의 사진 속 배경으로 등장한 건 과연 몇 번쯤 될까 상상을 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같은 자리에서 또다시 같은 풍경을 찍을 일이 종종 생기면서부터는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2022년 가을, 런던 타워브릿지 앞에서.



건물도 산도 강도 특별한 사고가 있지 않은 이상은 언제나 그대로였고, 바뀐 건 나와 그 자리를 채운 사람들뿐이었다.


그 사람들이 있어야, 나의 새로운 풍경은 완성되었다.


사람이 있는 풍경은 그 풍경을 눈에 담던 순간 시작된 생각의 원류를 다시 옮겨와 생생히 흐르게 만들었다.


오늘 놀랍도록 맑은 하늘 아래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공기를 순간 공유했던 사람들.


그들이 나의 풍경을 완성하듯, 나 또한 그들의 풍경 속 한 조각으로 남았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이리저리 타인의 앵글을 피하고자 노력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세상의 무수한 조각이 되는 것 또한
동시대에 대한 유대이기 때문이다.




더디게 변하는 풍경 속, 빠르게 흐르는 사람의 세월을 녹여야 오늘이라는 사진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상상에 어른이 되어 찍는 마침표.


그렇다면 나는, 세상 곳곳에 흩뿌려진 풍경 속 몇 만 조각이 되어도 좋겠다.


그들이 나의 풍경을 완성해주었듯이 그렇게.



설악산 권금성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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