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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o Jan 23. 2020

스타트업 실무자를 위한 해외 계약서 검토 가이드

바쁠수록 돌아가라. 나중엔 더 바쁘니까.


글로벌 스타트업, 혹은 국내 기업이더라도 해외 진출을 하거나 서비스 영역이 전 세계에 걸쳐 있는 경우 해외 업체들과 협업할 일이 언제든 생기게 마련이다. 조직 내에 재무 담당자가 있다면 함께 꼼꼼히 계약서를 검토하고 법률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더블 체크해 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일반적인 외국계 기업과 해외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 그리고 해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해 본 마케터로서, 처음으로 해외 협력사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이행을 관리 감독해야 했던 시점을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 겪어온 사건, 사고가 그때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가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면대면으로 관계를 쌓아가며 조심스럽게 체결하는 국내 계약 건만 해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일면식도 없고 서비스 내용에 문제가 생기면 찾아가기도 힘든 해외 협력사는 오죽하겠는가.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계약서 검토와 조율을 통해 그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우리말로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를) 계약서와 씨름하고 있을 스타트업 실무자를 위해, 지금 힘들어도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을 모아 가이드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전에 근무했던 글로벌 IT 서비스 스타트업에서, 부서 담당자가 새로 합류하는 과정의 빈틈을 이용하여 터무니없는 비용을 청구한 미국 업체(이하 C사)의 사례가 있었다. 해당 사례를 통하여 각 항목의 이해도를 높이고 문제 발생 시의 대응 방법을 참고하도록 하자.




스타트업 실무자를 위한 해외 계약서 검토 가이드


1. 계약의 발효일과 서비스 제공 기간, 종료일이 제대로 명시되었는가?
2.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별도의 Termination 조건이 본문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라!
3. 중의적인, 애매모호한 표현은 삭제하거나 명료한 단어로 수정하자.
4. 제공받는 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을 Appendix, 혹은 Exhibit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라.
5. 사인하는 계약서가 모든 수정을 거친 최종본이 맞는지 꼼꼼히 확인하자.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위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 일해왔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먼저, 1번 항목이 불명확하게 표기되었다면 시작과 끝이 모호한 상황에 놓이게 되며, 자연적으로 2번에 언급한 별도의 계약 종료 조건이나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최소 집행 기간, 취소 수수료 등의 조항이 본문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서 1차적으로 필터링이 안 된 경우는 예컨대, 상대 업체에서 우리 측에 영업을 할 당시 본 계약은 1회성으로 진행 가능하고, Termination 관련 내용은 '그냥 통상적으로 쓰는 표준계약서 같은 것이다'라고 구두로 피칭을 했을 확률이 높다. 설사 해지 통보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된다는 내용이 그 나라의 표준계약서에 항상 명시되는 표현이라 통상적으로 그냥 넘기는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 고쳐야 한다.


사실 어떠한 계약이든, 가능하면 정확한 종료일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계약 종료 7일 이전에 통보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면 가령 1월 23일에 종료한다고 해도 7일 뒤인 1월 30일까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라리 1월 30일을 종료일로 설정하고, 필요시 연장한다는 항목을 넣는 편이 낫다.  


실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C사의 경우 계약자로 명시된 전임 담당자가 퇴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했으며, 담당자가 퇴사한 2개월 후에야 서비스를 개시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조건은 첫 60일 동안은 5,000 달러, 그 이후에는 월 3,600 달러의 스탠다드 패키지로 넘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내용이 명시된 표의 제목이 Monthly fee 였고, 우리 측이 C사의 설명을 듣고 합리적이라 판단했던 첫 60일 5,000 달러가 실제로는 그 첫 60일을 30일씩 나누어 ‘Monthly’ 5,000 달러씩, 즉 1만 달러로 청구되었다는 것이다. 중의적이거나 모호한 표기로 계약자를 기만한 경우가 되겠다. 이것이 사전에 3번 항목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C사의 영업 담당자가 해당 계약이 체결된지 5개월 후에 투입된 나에게, 계약을 연장하려면 새로 첫 60일의 Fee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계약서를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다시 들여다보니, 최소 12개월을 유지해야 하며 그전에 해지할 경우 Cancellation fee 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C사의 담당자에게 확인한 취소 수수료 비용은 한 달치 서비스 비용인 3,600 달러였다. 5,000 달러로 새로운 유형의 소재를 테스트해보려 한 최초 계약자의 의도와는 달리,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은 달의 기본 패키지 비용과 취소 수수료까지 합한 2만 달러가 청구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내가 합류한 이후 추가 영업을 위한 연락 이외에는 C사로부터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대로 15,000 달러를 손해 보아야 할까?


정답은 계약서에 있다.

 

이미 일어난 사고 역시, 답은 계약서에 있다. 대응을 위한 실마리를 최대한 계약서에서 찾아내고, 계약서를 기반으로 한 Termination 통보 메일을 공식적으로 보내야 한다. 가이드의 4 항목을 제대로 완료했다면  단계에서  효력이 나타나게 된다. Appendix, 혹은 Exhibit A, Exhibit B 등으로 표시되는 별첨 문서에는 제공받는 서비스의 형태, 범위, 무료로 제공되는 부가서비스, 커뮤니케이션 범위  양사  오갈  있는 모든 종류의 협업을 명시해 두는 것이 좋다. 이는 광고주(혹은 바이어) 입장에서도, 대행사(혹은 벤더) 입장에서도 상호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조정을 요청하는 근거로 제시할  있는 주요한 자료이다. 별첨 문서는 광고주의 경우 지불한 비용 대비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시 항의의 근거로, 대행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받지 못하거나 과도한 서비스를 요청받았을 경우 방어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


C사가 별첨 문서에 명시된 서비스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 중의적인 표현으로 사전에 논의된 내용과 다른 인보이스를 발행한 점, 취소 수수료의 정확한 금액이 계약서 내에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계약서에 기반한 항의를 지속한 결과, 최종적으로 1만 달러만 지불하기로 상호 합의하고 계약을 종료하게 되었다. 물론 앞단의 히스토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클레임을 거는 일이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공백 기간이 다소 있었던 포지션으로 입사를 하게 된다면, 초기 인수인계 기간에 기존에 체결된 계약서의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제시한 '스타트업 실무자를 위한 해외 계약서 검토 가이드'를 꼼꼼히 체크하고 따랐는가? 그렇다면 마지막 화룡점정의 단계가 남아있다. 바로 실제로 청구된 인보이스를 계약서와 비교 검토하는 것이다. 인보이스 메일은 계약자가 아닌 지급 담당자에게만 발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계 업무를 외주로 처리하고 있다면 서로 내용을 몰라 지급이 미뤄지거나 잘못 발행된 인보이스를 그대로 지급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 3번 항목을 잘 지키지 못한 경우, 은근슬쩍 중의적인 표현에 기대어 2배, 3배로 비용이 청구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시로 체크하고 인보이스 수정 발행을 요청해야 한다. 바쁘다고 대충 계약서에 사인했다가는   낭패를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C사의 사례만 보더라도 부당하게 청구된 1만 달러를 아끼기는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계약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5천 달러의 손실이 생긴 셈이니 말이다.


사고를 방지하고 사고에 대처하도록 돕는 방패, 계약서. 바쁠수록 계약서 검토와 수정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하자. 나중엔 더, 더, 더, 바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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