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걷게 된 이유
괴로움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밤이 있다.
그럴 땐, 나는 무엇을 했나, 알몸 같은 시간을 톺아 본다.
또래의 친구들처럼 아이를 정성 들여 키우지도, 자산을 불리지도, 꿈을 착실히 실현하지도 못한 나는 그저 밀려오는 현실을 살아낼 뿐이다.
치열히 살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그때 과연 얼마나 더 치열했어야 하나, 눈앞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을 쏟았던 한 시절을 매듭지은 이유는 참으로 간단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짐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그것뿐이었다.
기약 없는 희생을 전제로, 나는 과연 얼마나 더 도약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해서 이룬 도약은, ‘우리’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었을까.
오랜만에 힘이 빠지는 어두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