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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11. 2015

#021. 트래쉬

가장 가난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Title : Trash
Director : Stephen Daldry
Main Cast : Wagner Moura, Rooney Mara, Richson Tevez
Running Time : 114 min
Release Date : 2015.05.14. (국내)




01.

이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 4월 말의 극장가는 <어벤져스 2>의 흥행에 쥐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치 다음 주 <사도>와 <스코치 트라이얼>의 개봉을 앞두고 극장가에 찬 바람이 불었던 지난 2주 간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벤져스 2>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어들 때쯤 내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인 <트래쉬>가 상영을 시작했다. <어바웃 타임>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을 맡고,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연출한 "워킹타이틀필름즈"의 작품. 이 세 가지 단어. 사실 그것만으로 이미 내 마음은 기울어져 있었다.


02.

이 영화는 "앤디 멀리건"이라는 작가의 동명의 소설 <트래쉬>를 원작으로 각색된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보면 결코 원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울만큼 현실적이다. 만약 관객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영화는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선을 적절히 넘나들고 있다.


03.

<트래쉬>는 브라질을 배경으로 부패한 정치인과 타락한 경찰, 비열한 어른들에 맞서 자신들이 믿는 옳은 일을 해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게 묘사되고 있지만,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편이고 소년들이 만들어내는 때 묻지 않은 유쾌함들이 함께 적절히 섞여있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지루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특히, "가르도" 역의 "에루아르도 루이스"는 <러시아워> 시리즈의 "크리스 터커"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진지함과 엉뚱함을 넘나들며 영화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고 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릭슨 테베즈'와 '에두아르도 루이스'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력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04.

앞서 이 영화가 픽션과 논픽션의 간극을 잘 넘나들고 있다고 이야기 한 것은 이 작품의 원작 소설 모티브가 된 브라질의 현실이 영화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극적인 부분을 위해 과장된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정치인들과 특히, 경찰들의 부패가 심하다고 알려져 있기에 더욱 그렇다. 원작에서는 특별히 어떤 국가를 특정하지 않은 것과 달리 영화에서 브라질을 배경으로 삼은 것에는 그런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고 이는 영화와 현실을 이어나가는 영리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05.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조금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인터뷰 신을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영화의 엔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동시에 구조적으로도 흔히 사용되지 않는 색다른 시도이기는 했다. 하지만 인터뷰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몰입을 방해받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분량의 측면에 있어 조금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SNS를 이용하는 장면은 최근 2-3년 사이에 너무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다보니 조금은 식상한 부분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고..


06.

이 영화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리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리게만 느껴지던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옳은 가치관과 굳은 심지 때문이다. 아이들이 선교사인 "올리비아"를 찾아가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라파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것이 바로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 그렇다. 사소한 일에 여러 가지 필요없는 이유들이 뒤따르는 법이지, 중요하고 무거운 일일 수록 그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들은 오히려 단순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올리비아"가 짓던 표정처럼 그 어떤 거창한 반전 장치 없이도 가장 큰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07.

<Trash>. 영화의 타이틀인 이 작은 단어 하나에는 작품의 참 많은 부분들이 묘사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쓰레기 더미 마을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사회적인 권위와 권력을 가진 집단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하루하루 이끌어 나가는 이들과는 반대로 겉은 화려해 보일 지 모르지만 그 부패한 속으로 인해 더러운 악취가 나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08.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워킹 타이틀 필름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이 제작사의 작품을 고르는 센스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물론 어느 회사가 그렇듯 모든 작품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타율이 높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워킹 타이틀 필름즈"의 작품들에는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들만의 분위기가 항상 녹아 있는 느낌이다. 따뜻한 색감의 느낌이랄까..?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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