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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12. 2015

#022. 신데렐라

디즈니가 쌓아 온 신뢰의 역사가 주는 감동.

Title : Cinderella
Director : Kenneth Branagh
Main Cast : Lily James, Cate Blanchett, Richard Madden
Running Time : 105 min
Release Date : 2015.03.19. (국내)




01.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에 의해 1697년 처음 소개되었다는 이야기 "Cendrillon ou la petite pantoufle de verre". 이는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Cendrillon"으로 한 번 바뀌었고, 그 이후에 지금의 이름인 "Cinderella"로  타이틀의 모습이 바뀌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 동화 속 공주님은 1950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게 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우리가 공주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원작을 처음으로 치면  3번쯤 환생을 하셨을 나이고,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해도 올해 66세의 할머님이 되시겠다.


02.

그리고 2015년.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무려 66년 만에 이 공주님을 스크린으로 옮겨왔고(그러니까 66살..), 과거에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 있던 작품들을 실사화하여 다시 스크린으로 옮기겠다는 그들의 원대한 계획의 첫 걸음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1997년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실사 영화가 있긴 하지만 그 작품은 "디즈니"의 작품은 아니다.) 관객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03.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정통성과 기교 없는 묵직함에 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영화의 오프닝과 동시에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디즈니 로고.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익숙할 법한 음악과 디즈니 성 위로 반짝거리는 별들의 움직임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냄과 동시에 "디즈니"라는 브랜드가 주는 무형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제 모두 어른이 되어 그런 어리숙한 감흥 따위 결코 느끼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전 세계에 퍼져있는 디즈니 랜드가 아직 건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04.

두 번째로, "Once upon a time"이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그 어떠한 기교나 변형도 없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 내용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부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본다는 것에 대한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누군가가 옛 동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이 영화의 묵직한 정면 승부는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한달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나, 만약 이 이야기가 원작의 방향에서 벗어나 다른 결말로 이어지는 방향을 선택했다면 과연 우리는 이 작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되었을까?


05.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매력들은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아니라 "디즈니"라는 기업이  그동안 만들어 온 역사의 힘이자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드림웍스"나 "픽사" 등이 여러 풍파를 겪는 동안 새로운 캐릭터들을 창조하는데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디즈니"는 그들이 만들어 온 세계를 단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었다. 사업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디즈니"는  그동안 신사업을 개척하는 순간마다 그들의 과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 왔고,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넘버링 무비> 연재 중 #12. <인사이드 아웃> 글의 06, 07 파트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06.

우리들에겐 배우로 더 익숙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모든 사람들이 원작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가 선택한 이 방법이 "신데렐라"를 실사로 옮겨오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대단히 정직한 연출이기는 하지만, 어색하지 않으면서 동화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07.

사실 주연을 맡은 "릴리 제임스"나 "리처드 매든"은 헐리우드에서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배우들이기에 관객들에게 그리 익숙한 배우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주는 신선함은 반대로 기존의 "동화"라는 콘텐츠가 주는 신비로움과 결합하여 어떤 로맨티스즘을 선사하게 하는 것만 같다. 그들의 역할에서 다른 그 어떤 캐릭터도 떠오르지 않는 신비로움 같은 것 말이다. (만약 "엠마 왓슨"이 신데렐라 역을 맡았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헤르미온느를 떠올리게 되지 않았을까?)


08.

두 배우의 신선함과 별개로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인물은 계모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일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연기력은 이제 두 말 하면 입만 아플 정도이지만 이런 악역까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해내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까지도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그녀의 연기에 보는 사람의 억장이 다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니 말이다.


09.

아마 이 작품의 뒤를 이어 "디즈니"의 옛 동화를 실사 영화로 스크린에 옮기게 되는 작품은 <아기 코끼리 덤보> 일 것 같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큰 이변이 없는 한 디즈니의 이런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서야 가능해진 헐리우드의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옛 동화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한 감성의 결합이 언제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훔쳐낼 수 있을 지 그 다음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10.

그나저나 옛날부터 궁금했던 건데, 12시 종이 울리고 나서 "유리구두"만 마법이 안 풀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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