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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Nov 21. 2022

06. [DAY 01] 영화제 데일리 1일 차.

다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에서 1.


아침 9시 기차를 예매했다. 개막작 시사 시간이 1시 30분이니, 프레스 등록을 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넉넉하게 1시간 전쯤에는 영화의 전당 인근에 도착을 해야 한다. 부산까지는 KTX로 2시간 반 정도 걸리고, 부산역에서 센텀시티역까지 또 1시간 정도 생각해야 하니 생각만큼 그렇게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코로나 전까지는 현장 예매로 진행되던 프레스 티켓 예매가 올해부터는 매일 오전 8시 반 온라인 예매로 전환되었다. 프레스 티켓은 예매 오픈이 해당 날짜 직전 날 열리기 때문에 매일 이 시간에 접속을 해서 예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뜩이나 올해는 예매권 이슈 때문에 영화제의 전산망에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황. 어떻게든 기차를 타기 전에 예매를 끝내고 마음 편하게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서울에서 2.


8시 반 전에 서울역 스타벅스에 도착하기 위해서 7시쯤 집에서 나왔다. 서울역까지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을 하다가 (평소 같았으면 버스를 탔을 텐데) 이상하게 지하철이 타고 싶어서 역으로 향했다.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프리랜서의 문제가 출퇴근 시간의 상황을 종종 잊게 된다는 것이다. 각종 서류와 노트북, 노트가 가득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열흘 치의 옷과 각종 비품이 들어있는 캐리어를 들고 50분 가까이 인파 속에 다닥다닥 붙은 채로 서울역까지 가는 동안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서울역에 내려 제 시간 안에 무사히, 예매를 끝내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지만 뭔가 께름칙한 기분을 지우기 힘들다. 좋게 생각하자고. 좋게.


부산


부산역에 내리는데 기분이 묘하다. 오랜만에 부산에 와서 그렇기도 하고, 이렇게 정식으로 영화제를 가는 게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져서 그렇기도 하다. 그동안 부산역은 참 많이 변했다. 특히 부산역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이 많이 바뀌었는데, 정작 지하철역은 하나도 변하질 않아서 조금 더 어색한 기분이다. 생각보다 도착한 시간이 빠듯해서 센텀에 도착하고 나면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부산역 기차역 역사에 새로 생긴 것 같은 국밥집에 들어가서 국밥을 하나 주문했다. 부산에서의 첫 끼다. 부산에서 밥 먹는 게 처음도 아닌데 자꾸 이런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역시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 때문이다. 뽀얀 국물에 새우젓을 한 젓가락 올리면서 어렴풋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떠올려본다. 가령, 재빠른 환승을 위해서 필요한 지하철 탑승 요령 같은 거다. 부산역에서 센텀시티 갈 때는 6-4번 칸에서, 반대로 돌아올 때는 5-3번 칸에서. 서울에서도 자주 가는 기차역에서 이런 거 외우고 다녔는데 부산이라고 다를 리 없다.


센텀 시티 & 영화의 전당


저 머리 영화의 전당이 보이기 시작하고 영화제를 상징하는 빨간색이 거리마다 뒤덮여 있으니 확실히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 올라오는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투우사 앞에선 황소라도 된 느낌이랄까. 조금씩 피가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모든 티켓팅을, 프레스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에 예년처럼 티켓 박스 앞에 줄을 서서 예매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영화의 전당 사거리에서 발권을 위한 줄이 다음 날부터 보이긴 했다.) 당연히 거리에서는 볼 수 없고, 비프힐 1층에서 게스트들끼리 예매를 위해 경쟁하던 장면도 이제는 사라진 셈이다. 실시간으로 매진이 되는 티켓 이름이 칠판에서 지워지는 걸 보면서 모두 함께 안타까워하고, 서로 한 발이라도 먼저 티켓팅 하려고 경쟁하던 장면도 하나의 추억이었는데. 아침에 비프힐 올 때마다 마음 졸이고. 아무래도 아직 코로나가 완벽히 사라진 건 아니니 최대한으로 인원이 모이는 걸 줄인 모양이다. 대신 비프힐 2층에 있던 프레스 센터가 1층으로 내려와 있다. 꼭 영화제 아니라도 비프힐 1층이 많이 변한 모습인데, 원래 굿즈를 판매하던 매장은 카페가 되어 있고, 입구 쪽에는 처음 보는 식당도 하나 들어서 있다. 프레스 인증을 하고 패키지(미용을 위한 팩, 프레스 가이드, 배지, 가방)를 받았다. 이놈의 가방은 왜 매년 주는지.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처럼 도록이나 만들어서 다시 주면 좋겠다.


개막작


올해 개막작은 이란 감독님의 영화다. 영화는 잔잔한 가운데 이어졌지만 그 안에서 움틀거리며 보이는 뜨거운 마음이 좋았다. 대사는 많이 없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나아가는 일을 담고자 한 감독의 의지가 보였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등장하는 모두의 동인이 되는 지점이 타인에 의한 부탁과 연민, 타인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이었다. 모두가 타인의 무엇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내게는 다가왔다. 질문을 할까 하다가 참았다(?). 오늘 동시통역하신 분, 물론 현장에서 많이 힘드셨겠지만 조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확실히 이런 행사는 통역의 역할도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특히 오늘처럼 질문의 퀄리티가 평균 이상일 때는 그만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로.


[영화제 개막작 리뷰] 

[영화제 개막작 기자 회견 인터뷰] 


이제 시작.


끝나자마자 기사를 그래도 하나는 보내려고 중극장 바로 아래에 위치한 6층 라운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영화제 가드가 와서 오늘 개막식 행사 때문에 다 나가야 된다고 한다. 개막식이 너무 훤히 보이는 곳이기도 했지만 테러와 같은 안전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쫓기듯이 나와보니 개막식 때문에 어디도 갈 수가 없다. (나는 사실 개막과 폐막식에 크게 미련이 없는 사람이다. 봐도 너무 많이 봤..) 일단 내일 9시부터 바로 영화가 시작되니 발권을 하기로 한다. 처음에 말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당장 곧 열리는 개막식 발권에 내일부터 있는 상영작 발권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거기다 오늘 같은 경우는 굳이 다른 곳에 갈 이유가 없으니 전부 메인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다. 그래도 다들 행복해 보인다. 오늘 개막식이 있어서 더 그런가.


나도 행복하다. 영화제의 시작이다.





*이 글은 영화제의 하루를 기준으로 작성됩니다. 영화제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 작성한 짧은 기록과 일정이 적힌 '행사 일정 글'과 당일의 일정에 따른 '영화 리뷰와 행사의 내용 및 인터뷰 글',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기록한 '데일리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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