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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pr 07. 2019

바람이 분다

다시 희망을 일구는 바람. 산불 피해가 빨리 복구되기를.

그런데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아스팔트로 간다. 꽃잎은 어지러이 흩날리고 바람에 꺾인 잔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다. 바람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겨우내 상처 입은 부분들이 아물기도 전에 바람을 맞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람이 매서웠을까. 커다란 나무 하나가 뿌리째 뽑혀서 쓰러졌다. 참 저렇게 속절없이 쓰러지기도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바람이 문제였다.


 지난 4월 4일 강원도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그나마 산불이 사흘 만에 완전히 진화되었고 빠른 속도로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니 다행이다. 소방 당국에 의하면 산불은 오후 7시 17분경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소재 도로 옆 변압기가 터지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번져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봄철에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 바람이다. 풍속이 빠르고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어서 양간지풍(襄杆之風) 혹은 불을 몰고 온다는 화풍으로 불린다. 바람이 문제였다.


밴쿠버에도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2006년 12월 15일, 밴쿠버에도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태풍 돌핀(Dolphin)으로 인해 밴쿠버 도심의 전기 공급이 끊기고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특히, 밴쿠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스탠리 파크(Stanley Park)에서 일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공원의 둘레만 약 10km, 수백 년의 원시림 가운데 10분의 1에 해당하는 41헥타르의 숲이 망가졌다. 최대 풍속이 시속 158㎞의 무서운 바람이었다. 지금도 프로스펙트 포인트(Prospect Point)에 가면 그 당시의 처참한 상황과 어떻게 재건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무엇을 버텼고 무엇을 버티지 못했던 것일까.


 밴쿠버의 나무들은 일단 크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다. 스탠리 파크의 거목들은 어른 몇 명이 팔을 벌리고 안을 수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다. 톱으로 잘라놓은 나무의 나이테를 세 본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나무의 나이테는 1년에 1개 이상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수백 년을 버티고 살아온 원시림의 나무들이 그토록 허무하게 뽑힐 수 있을까. 무엇을 버텼고 무엇을 버티지 못했던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밴쿠버의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모진 바람을 견디기 위해 뿌리를 더 깊이 내리거나 충분한 물을 찾기 위해 뿌리를 뻗어서 땅 속을 헤맬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익숙하게 견딜 수 있는 바람만 불었고, 늘 적당한 물과 양분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비옥하다.



 바람.

기압의 변화 따위에서 비롯하는 공기의 흐름.

옷차림, 행동, 사상 따위의 한때 유행이나 분위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마음이 끌리어 들뜬상태나 그런 행동.


아이유를 칭찬해.

 

 가수 아이유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산불 피해 지역 아이들을 돕기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 씀씀이도 예쁘다. 바람이 불기를 기도한다. 어려움을 당한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바람이 불기를.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치유하는 바람. 따뜻한 밥 한 그릇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잇는 바람. 작은 손길이라도 서로를 보듬고 토닥거리며 좌절하지 않고 다시 희망을 일구는 바람이 이어지기를.


이민정 이병헌 아이유 출처 http://star.mbn.co.kr/view.php?year=2019&no=211446&refer=portal#rs


바람을 견뎌내길...


 걷다 보면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가 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 것에 신경이 쓰일 뿐, 어떤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에 의해서 바람이 다니는 길이 만들어졌는지 나는 모른다. 유독 다른 곳보다 바람의 소리도 크고 속도도 빠르다. 순간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곳에는 떨어진 꽃잎도 부러진 가지도 없다. 바람에 다 날아가 버린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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