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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Sohn Feb 18. 2021

딸내미가 생겼어요~

마리, 소중한 생명

2011년 어느 날ᆢ 아들과 남편이 강아지를 보러 가자고 하는데 키우게 되면 내가 고생일 듯해서 싫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구경만 하자는 말에 일단 집을 나섰네요. 그런데 여러 강쥐중에 유난히 순둥순둥 하고 털에 숨겨진  작은 눈에 못생긴 아가를 보는 순간!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야겠다는 미션이 생겼답니다. 마음을 결정한 후 생년  일을 보는데 내 음력 생일 7월 5일과  같더라고요. 우연치고는 꽤나 감동이었습니다. 손바닥 만한 사이즈의  작은 아가인지라 집에 데리고 오면서 우리는 그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안아하는지 고민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지요. 아가도 우리가 낯설었겠지요?


그렇게 내게는 3개월 된 딸내미가 생겼습니다. 아들에게 이름을 지어 보라 하니 마리라고 했는데 나도 이름이 이뻐서 그렇게 정하고  난 후에 무슨 의미냐고 물으니ᆢ 한 마리 두 마리 할 때 마리라고 해서 웃고 말았네요. 저는 "MARI"라고 네이밍 했습니다.


어쨌거나 새로운 식구의 등장으로 나의 할 일은 늘었답니다. 안 그래도 출근해 일하랴 집안일하랴 바쁜 상황에 울타리 안에 배변 시트와 물통 그리고 잠자리를 챙기고 동물병원  접종도 매우 자주 하고 어느 정도 커서는 미용도 다녀야 해서 바빠졌답니다. 집에 데려오고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첫날은 설사를 했지만 다행히 곧 회복되었지요. 문제는 요 꼬마가 원근감이 없는 건지 용감한 건지 안고 있으면 품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사달이 났지요. 12시에 잘 자라고 인사하고 서서 안고 있다 잠시 방심한 순간 바닥으로 점프하더니 깨갱거리며 앞다리를 짚지도 못하고 울기 시작합니다. 한밤중에 24시 동물병원을 부랴부랴 찾아가니 손가락 뼈들이 금이 갔다네요. 결국 두 달 정도 깁스를 하며 마리의 사춘기는 그렇게 아프게 흘러갔답니다. 강아지에게 두 달은 상당히 긴 시간이지요. 동시에 아들의 사춘기도 매우 심각했기에 나는 이래저래 너무 바쁜 ᆢ그리고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냅니다. 

깁스를 뜯어내지 못하게 던킨도넛 모양 장난감을 끼워두고~

스가 불편하니 이 꼬마 아가씨는 그 작은 이빨로 물어뜯어 빼버리고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아프다고 깽깽거립니다. 목 커버를 하면 불편해하니 빼놓은 사이 어느새 깁스를 풀어버리더군요.


 어느 날 아침 중요한 미팅이 있어 일찍 나가야 하는 날 스가 빠져있는 거예요. 별  없이 동물병원 간호사에게 가방에 담아 어깨에 걸어드리고 출근을 했네요. 지금도 너무 감사하고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역시 아가들은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주변 도움을 받으며 성장시키는 건가 봐요. 그렇게 급하게 혼자 동동거릴 때 도움을 주다니 잊지 못할 고마움입니다. 살다 보면 그렇게 남의 도움을 받게 될 때가 있어요. 내게 그들은 의인입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를 돕게 되고 그렇게 사람은 서로 돕고 사는 건가 봅니다.


시간이 흘러 최대 고민에 봉착합니다. 중성화 수술ᆢ 인식용 칩도 아플까 봐 못하고 목걸이로 대신했건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술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낍니다. 병원에서는 빨리 해 줄수록 좋다 하지만 나는 내 몸도 아닌데 아무리 주인이라고 내 맘대로 하면 되겠나 싶었어요. 말을 할 줄 알면 물어보고 싶었지만요. 결국 몇 날 며칠 고민하다 유선염이 걸리기 쉽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할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에 결단을 합니다.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고 입원시키고 밤새 기도하며 잠도 못 잤었네요.


다음날 병원을 들러보니 씩씩하게 있는  보고 만감이 교차했지요. 기특해라ᆢ우리 아가ᆢ아팠을 텐데ᆢ미안해. 

"그래ᆢ잘한 거야 "ᆢ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미안하지만ᆢ

스튜디오에서 촬영

마리는 어느새 커서 살이 되었고 완전히 우리 가족입니다. 처음 볼 때 못생긴 아가는 사랑 속에 커가며 너무 이뻐졌습니다. 여전히 말은 못 하지만 똑같이 느끼고 감정도 표현하는 소중한  딸내미지요. 2kg의 유난히 작은 몰티즈 ᆢ인형같이 작은 아기가 내게는 여자아기 옷을 사는 재미와 머리에 장식하는 삔을 꽂아주고 고무줄 매어주는 기쁨을, 그러니까 딸 키우는 재미를 알게 해 주었답니다. 그리고 아들이 호주가 있는 동안 그리워 엄마 마음이 싸할 때 그 이쁜 눈망울로 나를 위로해주었지요. 존재 자체의 위로였네요.


마리 덕분에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폴로라는 강아지를 키웠는데 부모님이 키운 아이였기에 그냥 내게는 강아지였지만 마리는 내가 엄마가 되어 찾아온 녀석이기에 의미가 남 다른 것 같습니다.  가끔은 내가 엄마 역할을 잘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이쁜 아기 낳아준 마리 엄마가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마리는 강아지들처럼 방방 뛰지도 않고 요조숙녀처럼 얌전하고 거실에 음식이 있어도 건들지도 않고 고양이 같은 강아지예요.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어요, 보통 개들은 주인을 핥아주는데 마리는 혀를 내밀지도 않고 항상 입을 다물고 있고 오라고 하면 새침하게 앉아 있어 오히려 내가 가야 하는데 왜 그럴까요 라고 물으니 본인도 자기가 이쁜  알고 있고 사람인 줄 알아 그렇다네요.^^~  

딸내미 맞습니다.


Shy girl


정말 눈코 입이 삼각형으로 까만 콩 세 개가 정삼각형으로 위치해 공주처럼 이쁘거든요. 다음에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기도합니다. 그렇게 나는 공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사료도 내가 집에 있어야 하루 한 끼 먹고 사람 먹는 건 아예 안 먹고 간식도 별로 안 좋아하는 얌전이 새침데기예요. 아무리 화가 나도 요 아가를 보면 나는 말투도 달라지며 마음이 살살 녹는답니다.

퇴원하고 건강~~ 하고 혀빨간 귀염뽀짝 마리


작년 코로나 19로 모두 힘든 어느 날 아침 마리가 일어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배변패드가 갈색뇨였던 걸 못 봤어요. 말을 할 줄 모르니 수시로 점검해야 했는데 잠시 방심했어요. 강쥐들은 주인이 속상할까 봐 아픈 티를 안 낸다네요. 힘없이 축 늘어진 애기를 담요로 싸매고 차에 태워 큰 병원으로 가서 온갖 검사를 해보니 심한 빈혈이고 수혈을 급히 해야 하는 상황. 귀와 혀가 하얗다고 하니 많이 심각한 거 같았어요.  일단 입원시키고 집에 오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ᆢ마리가 없는 우리 집 거실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작은 존재의 귀함.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1차 수혈을 마치고 검사해보니 결과가 좋지 않아 다시 수혈을 해야 하고 이번에도 효과가 안 좋으면 힘들 것 같다는 ᆢ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작은 병실에 두고 나오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았어요. 결국 2차 수혈ㆍ 그 작은 몸에 바늘도 꽂기 힘든데ᆢ 다음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가니 수혈받다 토했는지 담요가 까만 봉지에 담겨있어  짠했어요. 그래도 혼자 잘 견뎌낸 듯했어요. 수혈의 중요성에 절실히 느끼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수혈해 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팠을 텐 ᆢ주사 맞고 엄마도 없고 낯선 곳에서 무서웠을 텐데도 마리가 기특하게 그 힘든 수혈을 견뎌낸 거예요. 그런데 입원 중 낯선 환경 탓인지 영양식도 안 먹고 ᆢ에고 결국 퇴원해 집에서 약 먹이며 지켜보기로 했는데 그래도  집에 와서인지 조금씩 먹긴 하더라고요. 너무 말라서 속상하고 내가 잘못 키운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검색해보니 몰티즈가 잘 걸리는 병이라고 하네요. 세상엔 알아가야 할 지식이 아직도 너무나 많고 스스로 부족함만 가득합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요. 그래서 전보다 더 감사합니다. 

감사는 힘듦 속에 더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귀합니다. 특히 그 생명체가 가족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크고 감동이지요. 삶은 그렇게 어려운 속에도 서로를 다독이며 응원하고 사랑으로 함께 하는 것이라 믿어요.

2kg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랑을 가르쳐줬습니다.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게 된 겁니다.
찐 사랑ᆢ



산책~^^
병원에가면 이렇게 얌전하게 대기~
마리야~하고 부르면 자다가도 놀다가도 이렇게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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