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에게

우리가 전하지 못한 말

by 감정 한 컵

애견카페를 가려던 날이었다.

주차장은 붐볐고,

사람들과 강아지도 들떠 있었다.

그 활기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는 말없이 차를 돌렸다.

어긋난 기분.

하지만, 그 어긋남이 꼭 나쁜 감정은 아니었다.


발길이 향한 곳은 근처 편의점 앞.

거기엔 늘 하얀 개 한 마리가 있다.

백구.

이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새하얀 털에, 까만 눈.

누구든 다가가면, 살랑살랑 꼬리는 흔드는 아이.

지나칠 때마다, 그 눈빛에

한 번쯤 멈춰 서곤 했다.


그날도 백구는,

편의점 벽 옆, 작은 뜰 한편에 묶여 있었다.

아래쪽엔 다른 강아지들이 있었고,

백구는 그보다 조금 위쪽, 익숙한 자리였다.


해가 드는 시간이었지만,

백구가 있는 자리는 묘하게 그늘져 있었다.

조용히 따로 있지만,

외롭지는 않은 것 같은 자리였다.


사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른 아이들이랑 잘 못 어울려서요. 혼자 있는 게 편해 보여요."


무심한 말 같았지만,

그 말은 백구의 자리를 오랫동안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날은 아름이도 함께였다.

사람은 좋아하지만, 다른 강아지에게는

좀처럼 마음을 내어주지 않던 아이.


그런 아름이가

처음 보는 백구 곁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잠시 앉아 있었다.

냄새를 맡고,

살짝 몸을 붙이며

말없이 곁을 내줬다.


그 순간,

가슴 어딘가가 건드려졌다.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말문이 막혔다.


돌아오는 길,

아름이가 조용히 말했다.

"같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백구는 그 자리에 남고

우리는 결국 돌아섰다.


차문을 닫으려는 순간,

백구가 우리를 바라봤다.

꼬리도 흔들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묻고 있었다.

오늘도 그냥 가는 거냐고.

이번에도 나는 아니냐고.


나는

그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백구는

조용히 묶인 채,

누군가의 하루를 말없이 받아내며

그 자리에서 또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또 돌아섰다.


그날 밤 우리는 백구에게

편지를 썼다.


백구에게

백구야,

우리가 너를 등지고 돌아서는 날,

혹시 우리가 너를 모른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넌 너무 착하고,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아이야.


그 눈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늘 아려.


그래서 더 미안해.


우리는

시간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해서

널 데려오는 상상만

조심스럽게 꺼내보다가

다시 마음 깊숙한 곳으로 넣어두곤 해.


'지금은 안될 것 같아'

그 말이,

돌아서는 내내 마음에 오래 남아.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어쩌면 나중에는 진짜 데려올 수 있을까...'

그런 바람을,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혼자 품곤 해.


널 어쩌다 만나러 가는 우리를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잖아.


그래서 돌아설 때마다 더 미안하고,

발은 멀어져도

마음은 자꾸 그 자리에 머물러.


언젠가 진짜로

네 옆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백구야

다음에 또 올게.

그날도 오늘처럼,

네가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젠가는,

진짜로
너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로 와주길 바라.


너의 봄날이

우리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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