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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20. 2021

크루즈 카지노 딜러의 선상 카지노 이야기

경험의 중요성



크루즈에서 근무하는
카지노 딜러의 삶은 어때요?


이 질문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아시아 리딩 크루즈 선사, 스타 크루즈와의 첫 계약을 마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귀가 닳도록 꾸준히 들어왔던 질문이다.



대중 매체의 발달과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전문인력의 증가 추세, 크루즈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숨겨진 이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지금은 크루즈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대중화되어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당시의 크루즈는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그렇고 그런 우리들만의 리그였다.


이런 크루즈라는 분야도 낯설기만 한데 카지노라니? 나 역시도 스타 크루즈에 입사하기 전에는 카지노를 그저 영화 타짜에 나오는 도박장 정도로밖에 인지하지 못했다. 내 삶 영역 밖의 이야기였기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탓이겠다.



그런 내가 크루즈에서, 게다가 카지노에서 근무를 하였다는 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가족, 친구, 교수님, 후배, 지인들까지 질문의 출처와 깊이는 제각각이었다.


크루즈 내부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일들이 매일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태어나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도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돈과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는 카지노 부서에서는 그 에피소드의 가짓수만 해도 넘쳐흐른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 묻겠다. 당신은 선상 카지노의 방문 경험이 있는가?


랜드 카지노의 방문 경험도 없는데 선상 카지노라니, 아니 크루즈 탑승의 경험이 희귀한 마당에 이게 웬 말인가 싶을 테다. 걱정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나 역시도 스무 살 때까지는 카지노를 몰랐으니 말이다.




카지노(Casino)란?

도박, 음악, 쇼, 댄스 등 여러 가지
오락시설을 갖춘 오락장 또는 도박 시설


나는 지금까지 하롱베이(베트남)와 멜버른(호주), 세부(필리핀), 그리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국내 강원랜드 등의 랜드 카지노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다.


선상 카지노는 내가 크루즈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데 덕분에 카지노 부서에서 근무하는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카지노를 방문해보는 소소한 경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시뿌연 담배연기에 가려진 시야 사이로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목청 큰 괴성이 오가는 공간. 산만한 주의는 아랑곳 않다는 듯 손에 쥐고 있는 카드와 테이블을 번갈아가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 스크린에서 다음 게임을 예측하느라 미간이 한껏 좁혀진 사람들, 거하게 술을 들이키며 테이블을 탕탕 치는 사람들, 뜻대로 안 풀리는지 연거푸 담배연기만 뱉어내는 사람들, 테이블 위에서 취식하며 게임을 하지 않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카지노를 단순히 도박장 그 자체의 의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선상 카지노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는 선내 승객들의 위락시설을 담당하기 위함으로 국제 선사가 풍기는 선상 카지노의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한 커플이 카지노 업장을 향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헤어젤로 단정하게 정돈된 금빛 포마드 머리와 몸에 꼭 맞는 슈트를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그리고 그 옆에는 라인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다이닝 드레스가 행여 걸음걸이에 누가 될까 동선을 최소화하며 사뿐히 걸음을 내딛는 레드 립을 한 여자.


그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엔 신사적인 매너가 담겨 있는 듯하다. 천천히 카지노 업장을 한 바퀴 돌더니 마음에 드는 슬롯머신 하나를 발견하고선 자리에 착석해 주모니에서 $100을 꺼내어 본다. 화면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환호성과 탄식이 뒤섞여가며 오가고, 끝끝내 한숨의 텀이 길어졌을 때 마침내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금 아쉬웠는지 베팅을 할만한 곳이 있나 테이블 섹션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크루즈, 그리고 카지노에 관한 지식이 다채롭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는 줄곧 머릿속으로 타이타닉호를 연상시키며 카지노 업장의 모습을 그려봤지만 번번이 실패해왔다. 이러한 풍경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던 건 비로소 카니발 선사로 이직 후의 일이다.






살아가며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경험은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지만 무엇보다 내면을 변화시키는 엄청난 힘이 있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끝끝내 알 수 없었을 이 세계. 어쩌면 의심과 오해로 똘똘 뭉쳐진 그 사고를 평생 바꾸지 않은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크루즈를 알게 된 건, 그리고 크루즈승무원으로 또 그중에서도 카지노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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