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Mar 17. 2021

자나 깨나 안전제일

크루즈와 안전의 관계

안전은 크루즈 선사에서 가장 중요히 여기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크루즈는 독립적이고 특수한 공간이기에 안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요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승객과 승무원들이 생활하기 때문에 크루즈에 탑승한 모든 이들은 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조심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사건 이후 크루즈와 페리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자리매김해버렸는데,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크루즈가 비행기보다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각 크루즈 선사들은 안전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엄격한 규율로 승무원들을 관리/통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적 출신 크루즈승무원들은 크루즈 승선을 위해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STCW 과정을 이수하고 선원수첩을 발급받는다. 이곳에서는 안전에 관한 기본 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실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화재 진압 방법 등 실무적인 훈련 또한 병행하고 있다.



스타 크루즈에 입사한 후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카지노 부서 스탭들은 출항 전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의무적인 비상안전교육인 PAX Drill(=Passanger Drill)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 이따금 진행되는 Crew Drill(=승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에만 참여하는 시스템이라 승객들과 함께 진행하는 안전훈련은 없었다.


그랬던 이유에선지 대학생 시절 이러한 개념을 배우기는 하였으나 실제 상황에 접목시켜 본 경험은 없었기에 카니발로 이직 후에도 한동안은 PAX Drill에 참여하는 내내 우왕좌왕 하기 일쑤였다. 전반적인 사항들은 숙지를 하고 있었으나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에 있어서는 숙달되지 않아 나는 제공된 유인물을 뚫어져라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크루즈에 승선하게 되면 크루 오피스 팀에서는 계약서, 메디컬, 각종 서류들과 더불어 해당 선박의 구조가 담긴 덱 플랜(=Deck Plan)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는 승무원 본인이 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가끔 해당 나라의 해상경비부대(=Cost Guard)가 방선해 Q&A를 진행한다. 이때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선박이 출항을 하지 못하는 만큼 캡틴을 포함한 각 부서의 매니저들은 부서에 누가 가지 않게끔 승무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는 편이다.



- Safety Information

- Stairway Guides

- Emergency Duty Instruction Questions


대략적으로 이 세 가지 항목들은 선내 모든 크루 멤버들이 필히 숙지해하고 있어야 하며 중요한 내 용인만큼 선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이 항목들을 안전훈련이나 특강과 같은 방법으로 리마인드 시켜준다.



'First Stage Emergency Alarm(• - • - •-)'이 울려 퍼지면 모든 승객들은 브릿지로부터의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오직 응급 상황과 관련 있는 승무원들만 응답한다.

15초 이상 울리는 'Crew Alert Alarm(---------------)'에서는 크루 멤버들은 블루카드, 라이프 재킷과 따뜻한 옷, 모자 등을 소지한 채 지정된 구역으로 향한다.

'General Emergency Alarm(•••••••-)'가 울려 퍼지면 본인의 위치에서 승객들을 각각의 Muster Station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더이상의 알람은 없으며 모두가 이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프린세스 크루즈 선사 대부분의 카지노 부서 스탭들은 PAX Drill 시 'Stairway Guide'포지션을 맡게 된다. Stairway Guide는 본인의 지정구역에서 승객들이 비상시 모여야 할 장소인 'Muster Station'을 올바르게 찾아갈 수 있게끔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승객들은 본인의 크루즈 카드 혹은 캐빈 안쪽 문에서 Muster Station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선박의 중앙계단에서 안내를 담당하였던 나는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어 뷔페, 수영장, 오픈덱, 캐빈에 있는 모든 승객들에게 그저 '밑으로 내려가 주세요'라고 한 마디만 건네면 됐었다. 왜냐하면 Muster Station은 주로 선박의 6~7층에 위치해있는데, 해당 층에 도달하게 되면 그곳에 배치된 크루 멤버들이 다시 한번 안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승객과 크루즈승무원들이 Muster Station에 위치하면 브릿지에서 안전과 관련된 안내방송이 노래와 함께 흘러나온다. 크루 멤버들은 승객들이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끔 엄숙한 환경을 조성하고 안내에 따라 라이프 재킷을 직접 착용하는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참고로 이 모든 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야지만 출항이 가능하다.






이렇게 선상에서의 안전과 관련된 지식, 그리고 실무 모두를 습득하였을 때 비로소 나는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매 항차가 시작되는 날마다 반복되는 안전훈련은 지겹기 그지없지만 그만큼 크루즈 선사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냥 투정을 부릴 수만은 없다.


우리 선사를 믿고 선택해주시는 승객분들에게 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크루즈승무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망망대해에서 러닝머신 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