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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30. 2020

나는 밤에 일한다

크루즈 카지노 딜러 스케줄

크루즈 선의 승무원들은 집이 직장이고 직장이 집이다. 9 TO 5라는 법칙도 크루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시간의 일을 끝내고 퇴근을 할 수 있는 그런 일반적인 일과는 너무도 다른 곳이다. 크루즈 스케줄에 따라 승무원의 스케줄도 정해지며, 하루에 3 shift 혹은 4 shift가 되는 스케줄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크루즈 승무원으로서는 즐거운 주말조차 없다. 크리스마스나 새해에는 더욱 바삐 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특수 환경을 이겨내고 참아낼 만한 그러한 승무원을 선사는 선호한다.

from. 크루즈 실무 영어회화






랜드 베이스 카지노는 평균적으로 하루 8시간 3교대 근무이며 60분 근무, 그리고 20분 휴식의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크루즈 선에서의 근무시간은 이렇게 단정 짓기가 매우 힘들며 간혈적으로 변경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크루즈선이 어디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항하는지에 따라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우선 법률적으로 선박이 공해상에 있을 때(=크루즈가 바다에 떠서 항해하고 있을 때)에만 카지노 업장을 운영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선박이 출항한 후 어느 영해에도 속하지 않은 International water에 닿아야만 캡틴의 okay 사인을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카지노는 보통 출항 30분 전에 오픈 준비를 하는데, 시간대별로 스케줄이 나뉘어있으니 구성원 전부가 동시에 출근을 할 필요는 없다.


매번 브릿지(배의 조종실)에서 카지노로 클로징 시간을 보내 주긴 하지만, 업장 문을 닫는 건 어디까지나 카지노 매니저의 재량이다. 만약 카지노 업장 내에 승객이 없다면 융통성 있는 매니저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하에 예상 시간보다 일찍 클로징을 시키기도 한다.


다음 날의 스케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크루즈 카지노는 이틀 연속 포트 데이(port day)일 경우 그 시간을 고려하여 클로징을 하고, 다음날이 항구에 정박하지 않는 씨 데이(sea day)라면 오픈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두는 편이다.


곧 승선을 앞둔 예비 크루즈승무원(=카지노딜러)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본인이 배정받은 선박이 어느 나라를 기항하는지를 먼저 확인했으면 한다. 선박의 출항과 정박 시간을 살펴보면 본인이 어느 정도 근무를 하게 될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카지노 딜러 스케줄

출근시간 옆에 기재된 'Finish 1'은 해당 날짜에 가장 먼저 퇴근하게 되는 멤버라는 뜻이다. 오프닝 조는 1,2,3,4로 순서를 나누고 미들 조는 카지노 업장의 바쁨에 따라 퇴근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클로징 조는 퇴근 시간을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카지노 업장이 클로징 하는 시간의 변동성 때문에 그렇다.



Port day
Depends on Cruise Lines
Depends on Vessels
Depends on Itinerary ...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는 날인 포트 데이는 비교적 스케줄의 변동이 상이하다. 정해진 스케줄이 있긴 하지만 동료 중 한 명이 아파서 메디컬 오프를 받는 경우, 혹은 각종 드릴(drill; 선박에서 진행하는 대피/안전 훈련)이나 트레이닝 등으로 스케줄을 스왑(swap; 동료들과 스케줄을 바꾸는 것)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지노 오픈 시간이 선박의 출항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다는 것은, 그날 카지노를 오픈하는 조원은 반드시 스케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 나라를 기항하다 보면 출항시간이 매번 달라지므로 순간적으로 혼동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프닝 조였을 때는 근무 시작 전에 몇 번이고 벽에 붙어진 스케줄을 체크하곤 했었다.



참고로 근무 중에 개인적으로 급한 용무가 있거나 화장실 문제로 곤란할 땐 슈퍼바이저에게 'Emergency break'을 요청할 수 있다.



Sea day
- Early Shift
: 09:30am to 13:00pm 16:00pm to Finish

- Middle Shift
: 11:00am to 15:00pm 18:00pm to Finish

- Closing Shift
: 14:00pm to 18:00pm 21:00pm to Finish


크루즈선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날인 씨 데이는 주로 위에 기재한  3가지 큰 범주(Early/Middle/Closing)에 따른다. 이에 속하지 않는 'early&late middle/ealry&late closing shift'는 카지노 업장의 바쁨이나 슈퍼바이저 혹은 매니저의 의사에 따라 근무 시간의 시작과 끝이 달라지는 편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오프닝 조가 오전 9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한다고 할 때 'early middle'은 오전 10시 혹은 10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 그들은 가장 먼저 출근한 친구들의 휴식을 책임지며 바통 터치하듯 근무를 이어나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late middle'은 오전 11시 혹은 오후 12시에 근무를 시작하게 되며, 이 역시 앞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정오가 되어갈수록 크루즈 선내가 북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직원이 요구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씨 데이에는 대략 2시간에 한 번씩, 15분 정도의 짧은 휴식시간을 가진다. 휴식 시설이 따로 없는 카지노 업장은 주로 본인의 캐빈, 워크샵(카지노 부품 창고), 혹은 어디에서든 휴식을 취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돌아오면 된다.


이 날은 몇 시에 근무를 시작했는지와 관련 없이 day duty가 끝나면 슈퍼바이저의 지시 아래 3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night duty를 시작해 정해진 업무량을 충족시키면 된다.

ex. 오전 10시에 출근한 'ealry middle shift'는 오후 2시 반 정도에 day duty를 마치게 되는데, 3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5시 반까지 다시 업장으로 복귀하는 형식.


나는 스케줄 중 'middle shift'를 가장 싫어했다. 그 이유는 가운데 스케줄인 만큼 대체적으로 점심/저녁 식사 시간을 따로 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ex. 오후 12시에 출근하는 'late middle shift'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그 시간 즈음엔 크루 메스(직원용 식당)나 뷔페가 이미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카지노 업장이 바쁘니 근무 시작 전 끼니를 해결하고 오라는 형식.


이 3가지 타입의 스케줄 중에서 가장 늦게 마치는 클로징 조, 그중에서도 가장 늦게 마치는 'last number'를 배정받는다면? 그날 본인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슈퍼바이저와 함께 그날의 카지노 업장을 정리하는 'box-count'멤버이다. 하루에 카지노가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 검토하고 오피스에 보고하는 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이처럼 크루즈 카지노는 대체적으로 출항 후 오픈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낮보다는 에 근무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뼛속까지 아침형 인간인 나는 승선 초창기에 낮과 밤이 바뀐 삶에 적응하느라 너무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크루즈 선이 하루 종일 바다에 떠 있는 만큼 머물고 있는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선사하기 위해서는 승무원들이 그 시간을 온전히 배분하여 잘 사용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우리는 근무와 휴식을 반복할지라도 승객들이 그 빈틈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따금 씨 데이가 이틀 혹은 삼일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날에는 체력이 눈에 띌 만큼 낮아지곤 했다. 찬란하리만큼 예쁘게 빛나는 바다가 괜스레 얄밉고 빨리 어디라도 좋으니 그냥 아무 곳에나 정박했으면 하는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는 이상한 기분.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때로는 근무를 즐기다 못해 버텨내야만 했다.



하지만 낮 시간에는 근무가 없는 만큼 기항지 관광을 최대한 활용 가능한 곳은 카지노 부서가 단연 1등이다. 그만큼 장점도 많은지라 미워할 수가 없다. 이따금 받게 되는 'OFF'는 정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 일반 직장인들은 주말만을 바라보며 살지만 우리 크루즈승무원들은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크루즈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가장 누리고 싶어 했던 점이 바로 여행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나는 일과 여행의 그 사이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지낼 수 있었던 케이스였다.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나는 내일을 항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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