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마음이 평온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그는 확실히 감정적인 동요가 크지 않은 사람이었다. 기본적인 것들만 어느정도 해결된다면 그 외의 것에 대해서 본인은 크게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이있다고? 우리나이 또래에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남 보다는 더 잘하고 싶은거 아니야?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시기질투가 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나의 뒷통수를 때리는 답변이었다.
심지어 그는 세일즈맨이었다. 늘 숫자와 실적의 압박에 다른 영업사원들과 순위를 경쟁하며 그 어떤 직무보다도 확실한 인사평가와 인센티브 기준을 갖고 있는 영업 직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위권이라는 성적에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을 뿐더러 잘하는 동기는 인정하고 칭찬하며 박수를 보낼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볼 때 욕심이 1도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맡은 업무는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그걸로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 자기가 낸 결과물에 본인이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히 뿌듯함을 느끼며 본인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점이 나와 많이 달랐다. "후배가 더 잘하면 질투나지 않아?" 라는 질문에 잘하니까. 잘하니까 당연한 결과인거지. 그냥 잘한다. 좋겠다. 그걸로 끝이었다. 왜 나는 저 사람처럼 하질 못할까. 왜 나는 이것밖에 되지않는걸까 라는 자책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깔끔하고 담백한 인정. 부러움까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본인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책을 하지 않는다는 점,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했고, 닮고 싶었다.
잘하는 사람을 묵묵히 인정하고 응원할 수 있는 용기.
어쩌면 나는 상대방 보다 내가 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갖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교만했다.
내가 잘났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만이 교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러움과 시기질투를 넘어 결국 나에 대한 자책까지, 스스로를 너무 많이 괴롭혀왔다. 교만한 마음이었다.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 부러운 마음까지만. 거기서 멈추도록 하자.
더 이상 나를 책망하거나 비교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