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 Jul 20. 2022

무채색에 색을 입힐 시기

원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 

서른 중반이 되어서도 나는 아직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굵직한 선택의 순간들은 많았지만 선택의 이유를 굳이 찾자고 한다면 '끼워 맞추기 식'의 논리가 아니었을까. 자의적 타의적으로 선택한 옵션에 대해 이 선택이 최선이었다며 나름의 끼워 맞추기 식 논리로 합리화하면서 스스로를 납득시키고자 하는 행위 자체가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업무를 하고 싶고 어떤 직군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커리어 패스를 원하는지 그러기 위해선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선호하는 것은 없다. 그저 누군가가 정해준다면 그에 맞춰 살아왔을 뿐. 


나와 다르게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너무나 명확한 본인의 취향과 니즈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직군을 선택하며 모범적인 커리어 패스를 밟아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어릴 때부터 확고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그저 정해진 규칙대로 그 안에서 열심히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일까, 자기 어필을 하기 이전에 무엇을 어필하면 좋을지 이제 곧 직장생활 10년 차가 되어가는 이 와중에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어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일까. 어느 그룹과도 어디에 있더라도 잘 어울리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기 다소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짱짱한 원색보다는 그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는 무채색이 나를 좀 더 잘 드러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보는 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무채색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있어도 어느 곳에 있어도 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고..


이제는 좀 나의 색깔을 입혀도 되지 않을까 싶다. 채도가 높은 것이 부담스럽다면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너무 튀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의 분위기는 갖고 있는,  붉은 계통 일지 푸른 계통 일지 정도는 정해도 될 시기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안 아픈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