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니 Nov 11. 2023

[도쿄현대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눈치싸움에  실패했다.

주말보단 연휴가 사람이 적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심지어 문화의 날 연휴라 겸사겸사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정말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았다. 힐링하러 왔다가 오히려 짜증만 났다. 도쿄현대미술관은 집에서 좀 멀기 때문에 큰맘 먹고 찾아갔는데 티켓 매표소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길래 재빨리 인터넷으로 당일권을 구매했다. 시간이 열두 시가 조금 넘을 무렵이라 슬슬 배도 고프고, 안 되겠다 싶어 도쿄현대미술관 맞은편에 있던 버거집을 갔다. 평소 버거를 즐겨 먹지 않지만 이 날은 버거가 왜 이렇게 당기던지.. 이름도 특이하다. <3000日かけて完成した極上ハンバーガー :  직역하면, 3000일 걸려 완성한 최상의 햄버거>ㅋ 버거집 역시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는데 배고픔 + 짜증이 밀려오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어.. 한 30분 대기 후에 더블 치즈 햄버거를 입에 물었는데.. 급 행복해짐 ㅎㅎㅎ 뜻밖에 햄버거 맛집을 발견했다! 사이드로 나온 감튀도 갓 튀겨 나왔는지 아삭하면서도 고소했다. 김 빠진 콜라가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해!

https://3000days.jp/




데이비드 호크니전, 사실 기대를 많이 했다. 한국에서 에드워드 호퍼전이 진행하고 있을 때도 일부러 호퍼전을 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호크니 전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처음 접해보는 팝아트 전시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갔지만 일단 입장 대기줄이 30분이나 길었던 탓에 관람 시작 전부터 지쳐버렸다. 여유롭게 릴랙스 하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즐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유명한 전시는 역시나 각오를 하고 와야 하나 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실망스러웠는데, 사람이 많았던 것은 둘째치고 사진촬영이 거의 허락되지 않았다. 마지막 전시관에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들을 종이로 프린트하여 길게 이어 붙인 전시물과 일부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들만 사진 촬영이 허락될 뿐...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아이패드로 그린 그의 작품들은 대단했다. 일단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도전하고 연구하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들의 그려진 과정들이 동영상으로 재생되었는데 작품이 창조되는 과정을 실제 보면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도구로서의 아이패드가 갖는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팝아트라는 장르가 낯설어서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 보면서 음미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던 것 같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유화/회화 작품을 감상하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울림이나 전율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듯... 그러나 작품에 대한 감동은 잘 모르겠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사람의 위대함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기존에 회화에서 사용되는 도구의 틀에서 벗어나 아이패드라는 새로운 매체를 바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모습이 상당히 감명 깊다.


보통 어느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만족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물결을 따라가지 못해 아등바등 거리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공부하려는 노력보다는 투정만 부리고 있진 않는가 반성해 본다. 챗 gpt와 같이 새로운 기술들이 탄생하고 이러한 것들이 점점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드는 것은 막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노력이 싫은 건지 그게 귀찮은 건지, 도태되는 기분이 드니 아예 거부하고자 하는 건지. 그 어느 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알면서도 두려움과 게으름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변명하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1960년대 팝아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호크니 할아버지도 아이패드 예술의 선구자가 되셨다.ㅎ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두려움과 게으름 나태에서 벗어나서 하나씩 꾸준히 배워봐야겠다. 전시를 보며 깨달은 삶의 지혜 한 스푼! ㅎㅎ



이전 19화 오카모토타로기념관-오모테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