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0여년간 국밥을 먹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
“크으허~”
“대리님, 그 소리 낼 때마다 아저씨 같아요. 하하하!"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정말 맛있는 국물을 먹으면 1~2초 안에 자동으로 저만의 감탄사가 나옵니다. “크으허~”, “어후 좋다.”하고 말입니다.
넓게 보면 국에 밥을 말아먹던 기억은 어릴 적부터였지만, 본격적으로 국밥을 자주 먹게 된 것은 20대 중반 이후였습니다. 2,500원짜리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먹는 밥이 질릴 때에 주머니에 약간이 돈이 되는 날이면 학교 근처의 돼지국밥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뜨끈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는 뽀얀 국물에 짭짤한 새우젓 약간, 가볍게 무쳐진 부추무침을 넣고 조그맣게 한 뭉텅이로 나온 소면을 휘휘 저어 한 입을 먹는 것으로 국밥 먹기가 시작됩니다.
푸짐한 돼지고기 및 돼지부속에 새우젓 때로는 막장을 올려서 약간은 도톰하면서 투박한 고기 씹기를 즐기고 시원한 깍두기와 김치를 곁들여 먹습니다. 진하고 약간은 무겁게 느껴지는 국물에 쌀밥을 음미하면서 중간 중간에 씹히는 대파의 신선함을 즐깁니다. 입가심으로 먹는 풋고추와 생양파, 생마늘은 또 다른 별미입니다.
국밥을 얼큰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중간쯤 먹었다 싶으면 이제 빨간 국물의 시간입니다. 갖은양념(다대기)을 넣고 청양고추도 조금 넣습니다. 매운 것은 잘 못 먹는 편이지만 이렇게 먹는 또 다른 맛이 있기에 뒷일은 생각지 않고 그냥 먹기 시작합니다. 다소 하얗고 담백했던 국물이 이제는 칼칼하고 맵싸한 녀석으로 변합니다.
이마에 땀이 나고 혀가 약간 얼얼하지만 그게 또 중독적인 맛이 있습니다. 이제 슬슬 국밥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럴 땐 겉이 약간은 끈적한 뚝배기를 들어 남김없이 국물을 들이킵니다. 흔히 완국(국물을 남김없이 다 먹음)이라는 신조어처럼 뚝배기의 바닥까지 싹싹 다 먹었습니다.
하...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만족스러운 포만감과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먹고 배부른 느낌이 아닌 나름 건강한 밥을 챙겨먹었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합니다. 계산 할 때도 돈이 결코 아깝지가 않습니다. 국밥 값은 당연히 받아야하고 국밥집 주인은 존경받아야 합니다. 국밥집을 나서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맞으며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흘러 늦은 나이에 저도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한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부모님도 기뻐하셨지만, 몇 가지 맘에 걸리는 일이 있었는데 정든 연고지를 떠나서 먼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과 아직 취업준비생인 여자친구가 무척 마음에 걸렸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과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뒤섞여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웃기게도 문득 여기 떠나면 이제 돼지국밥도 자주 못 먹을 텐데 국밥이나 먹고오자는 생각이 들어 “엄마 저 저녁은 혼자 국밥 먹고올께요!”라고 외치며 혼자 국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막연한 불안감과 설렘이 섞인 저는 이번엔 국밥에 소주 한 병을 시킵니다. 쓰디쓴 소주 한잔에 뜨끈한 국물 한 모금. 단짠단짠도 아니고 이렇게 또 국밥은 저를 위로합니다. 그렇게 저도 모르게 국밥은 제 인생에서 작지만 꽤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국밥을 좋아합니다!
국밥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끄적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