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국밥을 좋아해! (돼지국밥편)

(돼지국밥편) - 국밥하면 부산아입니까? -

by 퇴근한준호

‘어? 왜 돼지국밥 사진이 없지?’

사진을 올리기 위해 제 휴대전화를 아무리 뒤져봐도 돼지국밥을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맛깔 나는 음식 사진은 아니라도 평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혹시 몰라 얼른 사진을 찍곤 하는데 도통 보이지를 않습니다.

허탈한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생각해보니 부산사람이 돼지국밥집에서 국밥사진을 찍는 것은 진짜 별난 일입니다. 하긴 저도 외지인이 국밥집에 와서 약간 상기된 미소를 짓고 국밥을 이리저리 찍는 모습을 보면서 ‘촌놈들...’이라고 생각하며 되도 않은 지역주민 부심(?)을 부리곤 했으니까요. 잠시나마 못된 심보를 가졌던 저를 반성함과 동시에, 한편으론 그래도 국밥하면 부산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산이 돼지국밥을 많이 먹게 된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1950~1960년대 한국전쟁 이후 물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피난민들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돼지내장, 부속, 잡뼈 등을 푹 끓여서 먹기 시작한 것이 유래라고 합니다. 그리고 1960~1970년대에 부산 바로 옆인 김해 시에 대규모 축산단지가 만들어져서 상대적으로 돼지부산물을 얻기도 쉬웠습니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충분한 단백질 섭취 및 든든한 국물까지 먹을 수 있어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기도 합니다.


“돼지국밥이 왜 부산껍니꺼? 우리 밀양이지!!”

“밀양 돼지국밥이라는 간판이 부산에도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거참.”


잠시 제가 쭈구리가 될 시간이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맞습니다. 밀양, 대구, 합천, 마산(창원)에도 돼지국밥을 굉장히 많이 먹으며 맛있고 유명한 집도 많습니다. 이점은 지역주민끼리도 이견이 갈리기도 하는 등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인 배경이나 유래 등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부산이 돼지국밥의 원조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또한 부산이 관광도시로써의 이점을 살려 돼지국밥하면 부산이라는 전국구 이미지 구축을 잘하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돼지국밥하면 부산이라고 많이 생각해주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밥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것 아십니까? 바로 묵직하고 뽀얀 국물스타일(부산)과 가볍고 맑은 국물스타일(밀양)이 있습니다.(요즘에는 혼재되어 구별이 다소 모호한 상태) 육수를 낼 때 고기보다 뼈의 비율이 높거나, 오랜 시간 고는 경우 마치 곰탕처럼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되고, 육수 중 고기로만 끓이거나 뼈의 비율이 낮을 경우 맑고 가벼운 국물이 됩니다.


국물의 맛은 색깔만큼이나 서로 상이합니다. 부산식 돼지국밥은 국물이 묵직하고 약간 기름진 맛의 고기국물입니다. 약간은 거칠며 야성적인 맛이지만 그만큼 강렬한 맛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담백함도 가진 국물입니다. 밀양식 돼비국밥은 맑고 정제된 느낌의 국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분들이나 서울지역 분들이 가장 좋아하실 만한 국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깔끔하고 감칠맛이 도는 맑은 국물의 매력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입니다. 여기에 갖은양념(다데기)을 넣어 빨갛고 얼큰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돼지국밥 맛있게 먹는 법은 1편에 적어두었습니다.)


부산에 오셔서 맛있는 돼지국밥을 드시고 싶으시면, 관광객이 많이 가는 유명한 국밥집도 좋지만, 부산에 있는 지인이나 친척에게 주로 가는 동네 국밥집 추천을 받으시면 좋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산의 모든 돼지국밥집이 맛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돼지 누린내가 나는 곳도 있어 약간의 필터링은 필요로 합니다.


좀 더 고기의 맛에 집중하고 싶으시면, 수육국밥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수육용 고기를 따로 썰어 접시에 내주고 국물도 먹을 수 있습니다. 야들야들하고 수분이 촉촉한 고기 한 점에 새우젓 약간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참으로 보들하고 담백할 수 없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때론 정갈하며, 비싸진 않지만 넉넉함이 있고 인생의 희로애락 속에서 무던하게 매일 우리 곁에 있는 부산의 음식 돼지국밥! 그 푸근함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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