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난 국밥을 좋아해! (순대국밥편)

(순대국밥편) - 지역구 맛깡패? 놉, 전국구 맛깡패는 순대국밥(순댓국)

by 퇴근한준호

통영의 굴국밥, 전주의 콩나물국밥 등이 지역에서 한가닥하는 지역구 맛깡패라면,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전국구 맛깡패는 아마 순대국밥(순댓국)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자주 보는 웹툰 ‘복학왕’에서도 주인공들이 순대국밥에 소주 한잔하는 장면이 자주 나올 만큼 서민적이고, 실제로 전국방방 곳곳에 순대국밥을 파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널려있습니다.


순대국밥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오래되진 않아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시절 재야 지식인이었던 이용기 선생이 정리한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처음 등장하지만, 지금처럼 돼지의 순대가 들어가지 않고 돼지 내장과 우거지를 푹 고아 만든 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순대를 국에 넣지 않았을 뿐이지 순대자체는 19세기에도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고,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귀하고 고급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순대는 떡볶이처럼 길거리음식 아니에요?”

“그러게 순대는 가격도 싸잖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대부분 순대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분식집에서 파는 저가형 당면순대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순대 속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찹쌀, 부추, 배추, 다진 고기, 선지 등의 신선한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가며 창자를 깨끗하게 세척해야하는 등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지라 무척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입니다.


이런 귀한 순대가 한순간에 잔칫집 음식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전락한 이유는 1950년대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축산업의 기업화로 인해 돼지부산물(내장 등)이 많아졌고, 절미운동으로 쌀 대신 분식을 장려하는 국가정책에 부합하기 위해서 순대에 당면을 넣어서 저렴하게 보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때부터 국밥에도 순대를 고명으로 넣기 시작하였고 전국적으로 보급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순대국밥이 전국구 맛깡패라고 하지만 프랜차이즈 공장에서 나온 육수에 공장에서 만든 콜라겐 케이싱(순대껍질)에 당면만 넣은 순대를 끓여 나오는 순대국밥을 파는 곳이 너무나 많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레토로트 순대국밥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는 곳을 보면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맛없는 순대국밥을 접한 사람은 다신 순대국밥을 좋아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순대국밥집은 항상 큰 솥에 사골육수를 펄펄 끓이고 있습니다. 손님이 오면 곱게 저민 돼지볼살과 오소리감투, 내장 등을 솥에 넣어 데우고, 뚝배기에 밥을 넣고 토렴을 시작합니다. 한쪽에서는 뜨끈한 순대 한 줄을 썰고 있습니다. 토렴이 된 국에 고기와 내장이 수북이 쌓이고 갖은 양념과 고소한 들깨가루, 송송 썰린 파가 들어갑니다. 순대는 맨 마지막에 올라갑니다. 자칫하면 순대가 터지거나 짧은 순간에도 불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얼른 순대부터 한 점 먹습니다. 아삭거리는 야채와 선지의 풍미 그리고 약간의 당면이 들어간 순대 속과 진짜 돼지창자로 된 순대껍질은 반질반질하고 아주 약간의 기름기가 느껴집니다. 약간 뜨거운 순대가 입안에서 씹힐 때 느껴지는 맛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얼른 매콤하고 칼칼한 순대국물을 먹으면 입이 싹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이게 진짜 순대국밥이구나...’


사실 순대국밥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모습이 있습니다. 전주의 피순대국밥, 천안의 병천순대국밥, 담양 창평국밥 등 조금씩 맛이 다른 만큼 각자의 개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순대국밥들은 정성이 들어간 순대국밥이란 점입니다.


순대국밥은 국밥계의 전국구 스타인만큼 누구에게나 친숙한 국밥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순대국밥집 중에서도 음식을 먹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정성스런 순대국밥집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먹었던 당면이 들어간 순대국밥이 아닌 야채와 선지, 고기 등으로 가득한 귀한 순대국밥을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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