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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사람 Apr 13. 2023

같은 단어, 다른 생각

어른이란? 상대방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똑같은 단어인데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
가끔, 오빠가 나한테 뱉는 말 중 너무 섭섭한 말이 있어
근데 실제로는 오빠가 그 단어를 말하면서 생각한 의도와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이 달라서 생긴 문제가 많더라


어제, 와이프랑 조촐하게 밥 먹으면서 대화하다가

`너 좀 재수 없어` 라고 별 뜻 없이 말했다

내 의도는 정말 재수 없다는 뜻이 아닌 `오 모야 진짜 왕재수` 약간 이런 뉘앙스였는데 와이프가 받아들이기엔

`너 진짜 싹수없고 밥맛이야!`라는 느낌으로 들렸나 보다


결국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가 서로 생각하는 단어에 대한 개념과 이해, 수준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우리는 서로가 쓰는 말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정말 많은 다툼과 오해와 시비가 발생한다

근데 많은 경우에는 정말 그 사람이 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했던 행동이나 말보다는 오해가 많았다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첫 번째 케이스는 용어에 대한 정의를 잘 못하는 경우다

특히, 회사에서는 전문적인 용어나 해당 단어의 정확한 쓰임을 서로 잘못 오해하고 둘 다 똑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것처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이로 인해 시비가 붙거나 회의가 길어지거나 하는 일이 정말 많다

그래서 나는 회사 회의를 할 때는 용어에 대한 정의, 그리고 이 회의에서 다뤄야 할 범위 등에 대해 약간 과할 정도로 집착하고 아주 뻔한 말일지라도 정의 내리려는 습관이 있다


두 번째는 앞선 와이프와 나의 대화에서 처럼 용어 정의는 서로 알고 있으나 그 수준에 대한 이해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움 조금 다르게 설명하면 뉘앙스의 차이

재수 없다는 뜻의 부정적 의미를 지님은 나와 와이프 모두 알고 있으나 그 부정의 점수가 나는 1~10점이라면 2 정도 되는 표현인데 와이프에겐 7이나 8 정도가 되는 표현인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많이 나올 수 있는 말이

"네가 반대입장이라면 넌 기분 안 나쁘냐?" 거나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네가 말한 거 대로 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다

이 두 개의 단어는 모두 공히 네가 잘못 알고 있다.

보통은 나처럼 이해한다라는 기저가 깔려있고 내가 이해하는 수준이 표준이며 보통의 범위이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나도 20살 때부터 사람들하고 다툼이 있거나 할 때 저 말을 한 적도 많고 하진 않아도 저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돌이켜보니 나의 오만이고 나의 착각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겪어온 사람과 경험이 다르다. 그래서 어떤 표현이나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정말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되며 쉽게 좋아하지도 쉽게 비난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의도인지 어떤 맥락에서 얘기한 거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것들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점차 높아진다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되면서 오히려 상대방의 의도보다 말꼬리잡기에 능한 사람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우리가 유치원생을 볼 때 그 유치원생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진 않는다. 아 얘가 지금 핑계를 대는구나 아 얘가 지금 안아달라는 거구나 이렇게 유추를 하며 이해한다.

성숙한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어른인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마치 내가 유치원생이 된 것처럼 내 마음을 잘 이해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이,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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