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획하는 사람 May 11. 2023

질투, 추악한 감정

사실 질투는 추악하지 않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상대방을 끌어내리던가, 나 자신을 더 갈고닦던가


질투라는 감정 아래 숨겨진 자격지심


오랜만에 대학 동창 모임을 가졌다

친했던 이들도 있고 친하지 않고 얼굴만 아는 이도 있는데, 대학 시절부터 나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던 친구도 왔다


그 친구는 얼굴도 잘생겼고 키는 적당하며 집은 부유했다

그래서 그런지 성격도 좋고 매너도 좋았다. 뭔가 모를 여유와 부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마치 무협소설로 따지면 구파일방 소속의 인재와 같은 느낌을 줬다

그에 반면,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 홀로 고생하고 있었고 뭔가 자격지심이 심했으며 괜히 아닌 척, 관심 없는 척하며 애써 진짜 나를, 부러워하는 나를 감추고 살아왔다


그 친구, 아니 그런 류의 친구들을 볼 때면 나는 항상 약간 냉소적인 태도로 뭐 부모 잘 만난 덕이지

"아 나랑은 좀 결이 안 맞네, 나는 그런 건 허영 같은데, 사치 같은데, 명품을 사는 건 좀 허세 아니냐"그저 그들을 끌어내리기 급급했다

그리고 마치 나는 혼자 고고한 선비처럼 매우 도덕적이고

가치중립적이며 그런 세속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냥, 법정 스님처럼 진짜 깨달음을 얻사람처럼 행동했다


이제 안다. 그 모든 행동은 바보 같은 나의 자격지심에서,

내가 원하는 욕망조차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약하고 소심하고 낮디 낮은 자존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이제 안다


오랜만에 만난 그 동창은 여전히 멋있고 매너가 좋았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은 그나 나나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 정도였다 사실 예전엔 뭔가 나랑 정말 다른 세계에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얘기를 해보면서 결국 얘도 나처럼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재미있는 일은 갈수록 적어지는 40살, 평범한 아재였다

오히려 이렇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를 다시 보니 배울 점도 많이 보였다

사람들한테 말하는 태도나 매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반응해 주는 모습 등, 사실 그 친구는 변한 게 없는데 그저 나만 변한 것일 텐데 이렇게 보이는 게 달라졌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나는 질투라는 추악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때는 내가 나 스스로를 속인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걸 보면 그 자존심만 센 멍청이었나 보다

나와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과 비교를 하며 타인의 취향과 성향을 무시하고 비꼬기보단

나 스스로가 원하고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탐색해야 한다

그리고 나보다 멋진 사람을 만났을 때 당당하게 부러워하되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그저 다하는 것.

이게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솔직했어야 한다

다만, 이때의 솔직함은 나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이지 타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아님을 우리 모두 기억하자

당당하게 드러내는 질투는 추악하지 않다.

질투라는 감정을 숨기고 남을 낮추는 태도가 추악할 뿐이다


ps. 근데 오히려 어른이 될수록 점점 더 솔직하게 인정하는 건 어려워지는 게 사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