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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사람 Apr 25. 2023

왜 영화관에 가지 않을까

기획자가 분석한 영화산업의 위기와 해결방안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갔다

너무 깜짝 놀랐던 건 정말 영화관이 썰렁하다. 사람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 싶을 정도로, 예전에는 주말만 되면 매진도 많고 영화관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정말 썰렁했다

왜 이런 위기가 발생했을까?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더 이상 소비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오징어게임이나 더 글로리 같은 케이스만 보더라도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소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전체적인 영화의 작품성이나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사실, 예전에도 수준이 좋지 않은 작품은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도 이유가 아닐 것이다.

혹자는 영화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서 그렇다고 한다.

나 역시 그 부분은 동의하나 15,000원이라는 가격은 다른 상품들의 가격 상승률과 비교했을 경우 터무니없다고 보이진 않는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영화의 위기가 아닌 영화관의 위기



나는 작금의 위기가 결국 영화의 위기가 아닌 영화관의 위기라고 결론을 내렸다

예전커플들이 하는 가장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영화 보는 것이었다. 애가 태어난 뒤 가장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영화관에 가는 것이었을 정도로 영화관에 가는 건 우리 일상 중 하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우리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소비했다기보다 사실상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소비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팝콘 냄새, 영화 시작되기 전 두근거림, 영화관만이 주는 몰입감, 좋은 콘텐츠를 몇 달 기다릴 필요 없이 먼저 볼 수 있는 장점 등이 모두 영화 티겟 값에 포함되어 있었다

즉, 영화 티켓 값에는 "콘텐츠 + 공간 + 즉시성"의 가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OTT 시대의 도래와 함께 모든 것이 변했다.

특히, 공간과 즉시성의 가치가 사라져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핸드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화질과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영화관보다 편한 환경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즉시성의 효과도 사라졌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OTT 시장에 한 다네이 대부분 공개되었고 어떤 경우는 동시 개봉도 많다

즉, 영화티켓비용을 내고 얻을 수 있는 효용 가치 중 2가지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거기에 콘텐츠에 대한 가치책정도 달라졌다.

월 만원 정도면 OTT 서비스에 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유저 평균치는 정확히 모르나, 통계치를 보면 월에 8편 정도를 시청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객이 체감하는 영화 콘텐츠 한 편의 가치는

잘해야 1,500원 수준인 것이다


영화티겟 값 공식으로 정리하면

콘텐츠 가격 = 1,500원, 공간 가격 = 0원, 즉시성=0원으로 고객이 영화관에서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현재 티겟 가격의 1/10 수준이라고 결론이 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영화산업의 위기는 바로 이 차이,

객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의 Gap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대안은 없을까?



결국 공간 가격과 즉시성의 가치를 영화관이 주는 것이다


우선, 공간의 가치로 결국 집에서는 체감하지 못할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I-MAX 나 4DX or 고퀄리티의 사운드와 같은 것이 있다

서비스적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합되어야 한다.

맛있는 요리와 함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 한다던지,

평론가나 배우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해당 영화를 보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대여하는 등  집 과는 다른 체험적 요소를 반드시

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즉시성, 다른 말로 하면 결국 희소성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영화관은 항상 대중적 선호가 높은 작품만을 취급해 왔는데 이제 오히려 역발상을 해야 한다. OTT에서는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발굴하거나 OTT처럼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즉시성과 희소성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건 영화별 가격 차등이다.

작품들에 투입된 소중한 시간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가치가 불필요한 작품이나 즉시성의 가치가 없는 작품은 과감하게 두 가지 가치를 제외한 순수 콘텐츠 가치만을 받아야 한다.

잔잔한 로맨스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의 차이가 과연 존재할까?

아마 같은 감동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런 작품은 콘텐츠 가격만을 책정해서 받아야 한다

한 달만 지나면 1,500원 아니 어쩌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이 똑같은 수준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굳이 10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이런 작품들은 마치 소극장처럼 꾸며놓고 영화를

상영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체험할 수 있는 경험들을 제공한다면 집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지니지 않을까?


본질을 바라보자



지금의 위기는 영화의 위기가 아니다. 영화관의 위기다

하지만, 영화관의 위기는 곧 영화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본질을 봐야 한다

영화의 작품성이 떨어진다, 볼만한 작품이 없다가 핵심이 아니다

아무리 볼만한 영화, 그리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도

영화관에서 볼 이유가 있느냐가 위기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이번 위기 영화관이 예전처럼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부한 공간들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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