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10

잡혀간 사람들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10 <잡혀간 사람들>


저녁 해가 서산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집 주위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좀 전에 도망친 사람들이 하나 둘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서방 괜찮아?”


“아까 그거 뭐야?”


“그거 도깨비 아냐?”


“그 도깨비는 갔어?”


이서방이 대답을 하기 전에 동네사람들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 종은 뭐냐?”


옆집 풍산아재가 종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 갑자기 집안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종을 둘러싸고 이쪽저쪽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두들 종에 대해서 한마디씩 입을 열었다.


“여기 선녀 봐라. 진짜 잘 만들었네.”


“그런데 이거 어디서 생긴 거야?”


“야~ 종에 꼭지가 모자라.”


모두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사람들은 이서방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이서방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이미 자기들끼리 계속 말을 이어갔다.



갑자기 사립문 밖에서 사뭇 다른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물러서시오!”


사람들이 사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자 그 곳에는 한 무리의 나졸1)들이 서있었다. 나졸들 사이에는 군교2)가 서있었고 군교 옆에는 좀 전에 입이 없어져 정신없이 도망친 무당이 함께 서있었다. 사람들이 종에서 두세 걸음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나졸 두 명이 마당 안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종에서 더 멀리 떨어지도록 밀어냈다. 종에 조각되어 있는 선녀를 신기하게 생각한 풍산아재는 종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나졸들이 가까이 왔지만 계속해서 종을 쳐다보고 있자


퍽~


빨리 움직이지 않는 풍산아재의 엉덩이를 나졸이 집어 차버렸다.


“이쿠, 나 죽소.”


“이놈 호들갑 떨지 말고 빨리 비켜라.”


풍산아재는 엉덩이를 두 손으로 만지며 돌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군교가 마당 안으로 성큼 성큼 걸어 들어왔다.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하더니 그 요물은 어디 갔느냐?”


군교의 말에 아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냉큼 대답하지 못할까!”


군교는 아무도 대답이 없자 사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당골네3)를 노려봤다. 무당은 갑자기 당황하며


“제 두 눈으로 도깨비를 봤습니다요. 분명히 여기 있었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상이 다 부서져 있잖습니까? 이서방~ 도깨비 있었지?”


군교는 화가 나면 인정사정없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당은 잔뜩 겁을 먹고 이서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가락질을 당한 이서방은 힘없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갔습니다요.”


이서방의 작은 목소리가 들리자 않자 성질이 급한 군교가


“뭐라고? 들리질 않는구나.”


군교가 눈을 부라리며 대답을 재촉하자 이서방이 조금 전보다 목소리를 높여서 어색하게 대답했다.


“도깨비~ 갔습니다요!”


“도깨비가 어디로 갔단 말이냐?”


군교의 물음에 이서방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있자


“이놈~ 이놈을 묶어라.”


나졸들이 밧줄을 들고 뛰어와 이서방을 포박하였다. 돌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다행이 돌이 뒤에 서있던 풍산아재가 눈치를 채고 돌이의 입을 막아버렸다. 혹시 돌이가 “아버지!”라고 말을 하는 것을 나졸들이 들으면 돌이도 밧줄에 묶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졸들이 이서방을 묶고 무릎을 꿇렸다. 나졸들이 이서방을 묶자 군교가 큰소리로 다시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 있는 놈들 이름을 모두 적도록 하여라. 송나졸은 듣거라. 너는 당장 관아로 가서 박노인을 데리고 오너라.”


군교는 송나졸에게 명령을 내렸다. 송나졸이 사립문을 나가기도 전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군교가 명령을 고쳐 다시 말했다.


“아니다. 이 동네에 있는 밧줄과 달구지를 찾아오너라. 이종을 관가로 옮겨야겠다. 이놈들도 모두 데리고 간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관아는 사방에 불을 피워 밤이지만 마당 안은 환했다. 관가 마당에는 이서방이 밧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마당 서쪽에 종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이서방 뒤쪽에 꿇어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이서방의 아들 돌이와 풍산아재가 함께 앉아 있었다. 돌이는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풍산아재는 묶여있는 채로 계속 몸을 꿈틀거렸다. 풍산아재는 발가락사이를 모기에게 물려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어 꿈틀거리고 있던 것이다. 손이 뒤로 묶여 있어서 손가락 끝이 살짝 발에 닿을 정도이니 더욱 참기가 힘이 들었다.


앵~


모기가 풍산아재 귓가를 돌아다녔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 화가 난 풍산아재는 그만


“아씨~”


참다 못 해 입을 열어버렸다. 바로 옆에 있던 송나졸이 풍산아재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탁”


하고 쳤다.


“아이~씨”


풍산아재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입을 열어버렸다.


“탁~”


또 한 대. 그때서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풍산아재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참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귓가를 날아다니던 모기가 콧등에 앉았다.


“후~, 후~, 후~”


그때 마루 위 의자에 앉아있던 사또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박노인은 언제 오는 거냐?”


사또의 말이 떨어지자 군교는 주위의 나졸 두 명에게 박노인을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나졸 두 명이 대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박노인을 데리러간 나졸과 박노인이 문을 들어섰다. 박노인은 허리가 구부러져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사또 앞으로 가서 절을 하고 무릎을 꿇었다.


“사또나리! 소인 부름을 받고 왔사옵니다.”


박노인이 허리를 간신히 펴서 고개를 들자


“박노인은 일어나 오른편에 있는 종을 살펴보도록 하게!”


나졸이 박노인을 부축하자 지팡이로 힘겹게 땅을 짚고 종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노인은 종을 보는 순간 눈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사~”


박노인은 “사또”라고 말하려다가 혹시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종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가 머리를 땅에 박고 꿇어 앉아


“사또 이종은 강원도에 있어야 할 종입니다요.”


“그게 무슨 소리냐?”


사또는 궁금증이 생겨 다시 박노인에게 되물었다.


“박노인! 자세히 이야기 해보시오.”


사또가 박노인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1) 한양의 포도청에는 포졸이 있으며 지방의 관아에서는 이들을 나졸이라 한다.


2) 나졸을 지휘하는 사람이다. 한양의 포도대장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3) 무당이 당골에 살기 때문에 당골네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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