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12

불행의 시작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12<불행의 시작>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 하여라!”


빼빼 마르고 간사하게 느껴지는 이방이 매서운 눈초리를 하며 이서방에게 명령을 하였다. 이서방은 고문을 받아 몸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서방의 옆에는 돌이 어머니도 밧줄에 묶여 함께였다. 바로 옆에는 끌려온 동네사람들이 묶인 채 숨죽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모습이 다 보이는 곳이라 고문을 당하고 있는 이서방과 돌이의 어머니가 불쌍해서 울음소리가 그치지를 않았다. 그 사람들 속에 돌이가 함께 묶여있었다. 아직 이방과 형방은 돌이가 이서방의 아들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방과 형방이 나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고문을 하며 궁금한 것을 알아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되풀이 하여 말씀 드린 내용이 전부입니다.”


“다시 말해보아라.”


“휴~, 한 열흘쯤 전 입니다요. 제가 강에 그물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깨비를 만났습니다. 도깨비가 왜 요즘은 자기한테 소원을 비는 사람이 없냐고 하여 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깨비가 사라지고 제가 놀라 움직이지를 못하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집으로 옮겨줬습니다. 집에 가서도 기력을 찾지 못해 당골 무당을 불러 굿을 한 것입니다.”


이서방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이 싫어 말을 조심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늘 굿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도깨비가 들어와서 상위에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그 종을 두고 간 것입니다.”


“이놈!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도깨비가 종을 왜 그냥 떨어뜨리고 갔겠느냐? 뭔가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겠느냐? 냉큼 대답하여라.”


이번에는 형방이 이서방을 다그쳤다. 형방의 옆에 있던 이방은 눈을 서서히 가늘게 뜨고는 돌이와 풍산아재가 잡혀있는 감옥을 쳐다보다 풍산아재와 서로 눈이 맞았다. 풍산아재는 황급히 눈을 아래로 내렸지만 이방은 한동안 풍산아재를 쳐다본 후 풍산아재의 옆에 앉아있는 돌이에게 멈춰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풍산 아재는 이방의 눈빛을 느끼고 슬그머니 잡고 있던 돌이의 손을 놓았다. 이방은 놓치지 않고 둘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눈을 돌려 이서방과 돌이 어머니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아닙니다요. 도깨비가 떨어뜨리고 간 것입니다. 저희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이서방의 대답에 이번에는 이방이 물었다.


“다시 묻겠다. 도깨비는 어디로 갔느냐?”


“모릅니다요.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이 고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 강가 산중턱에 있는 당집에 있는 도깨비니까 그쪽에 있겠지요.”


이방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 사람들 사이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곳은 이미 둘러보고 왔다. 거기엔 도깨비가 없어. 열흘 전에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 몇차례 거길 갔다왔고 오늘도 낮에 도깨비가 사는 숲엘 갔다왔다.”


이방의 걸음이 돌이 옆에서 멈추었다. 이방이 한쪽 무릎을 낮추더니 풍산아재 옆으로 손을 뻗어 돌이의 머래 채를 잡아들어 울음범벅이 된 얼굴을 보았다.


“그 애비에 그 자식이군. 왜 이제야 알았을까?”


들킨 것이다. 돌이가 이서방의 아들이라는 것을. 순간 감옥 전체가 조용해 졌다. 훌쩍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돌이의 얼굴이 이서방과 너무나 똑같아 이방이 돌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아차려버린 것이다. 이미 이서방과 돌이 어머니의 나이를 대충 생각하고 아이가 없다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던 차에 풍산아재와 눈이 맞았고 그 순간 풍산아재가 돌이의 손을 놓아버리는 것을 보고 순간 의심이 더욱 커졌던 것이다. 이방이 벌떡 일어서며


“요놈을 이쪽으로 옮겨라.”


이방의 명령이 떨어지자 풍산아재는 눈을 꾹 감았다. 눈가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자신 때문에 돌이가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졸들이 돌이를 이서방 옆으로 끌고 갔다. 돌이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방이 나졸들에게서 돌이를 낚아채듯이 잡아 이서방 코앞에 돌이의 얼굴이 보이게 세웠다. 부자는 서로의 숨소리를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돌이는 화가나 이를 꽉 깨물었다.


“자! 니 아들이 모진 매질에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도깨비가 어디 갔는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냉큼 말하렸다.”


이방이 이서방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를 하자 이서방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돌이 어머니가 고개를 들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잡혀온 사람들은 모두 울음을 삼킬 뿐이었다.



“종을 쳐라!”


긴 수염의 사내가 관아 마루 가운데에 있는 의자 두개에 사또와 나란히 앉아 마당에 있는 나졸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다섯 사내 중 한 명인 뚱뚱한 사내가 종이 있는 곳으로 갔다.


“사또 일이 쉽게 풀리겠소.”


긴 수염의 사내가 사또에게 씨익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또도 긴 수염의 사내를 따라 기분 나쁘게 씨익 웃었다. 뚱뚱한 사내는 종을 잠시 쳐다본 후


“종을 남쪽 누각에 걸어라”


종을 이서방의 집에서 옮겨 온 후 땅바닥에 두었기 때문에 종을 칠 수가 없었다. 뚱뚱한 사내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졸들이 몰려가 종을 관아 남쪽 누각 아래로 가져가 밧줄로 종을 걸어 올렸다. 뚱뚱한 사내가 큰 통나무를 손쉽게 들어 올리자 주위에 있던 나졸들과 사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뚱뚱한 사내는 통나무로 종의 당좌(종을 치는 부분)를 힘차게 쳤다.


“댕~~~~~~~~~~~~~~~~~~~~~~~~~~~~~~~~~~~”


종소리는 청명하게 밤공기를 가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종소리는 고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뚱뚱한 사내는 종소리가 맘에 들었는지 자기 키 보다 큰 통나무를 옆에 세우고 입 꼬리를 올리며 소리 없이 웃었다. 긴 수염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군교에게


“이제 머지않아 도깨비가 나타날 것일세. 내가 좀 전에 알려 준대로 준비를 하게. 남쪽 누각에 달아놓은 방울이 소리를 내면 녀석이 가까이 와있는 것일세.”


라고 말하고 선채로 대답을 기다렸다.


“분부 명심하겠사옵니다.”


군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제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또가 조용히 송나졸을 불러 귓속말로


“형방한테서는 아직 소식이 없느냐?”


“아직이옵니다. 도착하는 즉시 아뢰겠습니다.”


긴 수염의 사내는 사또와 송나졸의 대화가 신경이 쓰였으나 군교의 지시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여긴 군교에게 맡겨두고 잠시 들어가시지요.”


사또의 안내를 받으며 긴 수염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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