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의 정병
벽돌탑의 도깨비 - 42 <관세음보살의 정병>
“정말 보석이 박혀있는 관세음보살의 정병 모양이야.”라고 도깨비는 연못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도깨비는 연못가에 앉아있는 사내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돌이야. 누군지 알겠니?”라며 손으로 연못가의 사내를 가리켰다. 돌이는 사내를 보더니
“어? 어떻게 풍산아재가 저기 있죠?”
“그러게 말이다.”
도깨비 일행은 산을 내려갔고 돌이 혼자 풍산아재를 만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혹시나 두 도깨비를 보고 놀라 도망이라도 치고 하면 일만 복잡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돌이가 목발을 짚고 연못가로 가서 풍산아재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니가 여기 어떻게? 돌이야 너? 괜찮니? 다리는 어떡하다가? 괜찮아? 일단 여기에 앉아라.”
풍산아재는 두 손으로 돌이의 어깨를 잡고 말했고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돌이를 앉혔다. 그는 도깨비와 돌이가 함께 관아를 탈출한 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처가동네 연못에서 돌이를 만나 놀람과 반가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돌이는 도깨비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와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짧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무 뒤쪽에 도깨비가 있다고 하며 함께 가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풍산아재는 돌이의 이야기를 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심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니겠지? 이야! 여기서 널 만날 줄이야……. 내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셔, 아직 술이 덜 깨서 그런가? 아무튼 내가 나무쪽으로 가는 것은 좀 그렇고 도깨비들에게 이쪽으로 나오라고 해라.”
풍산아재에게는 돌이까지도 살짝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돌이가 손짓을 했지만 도깨비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잠시 뒤 돌이의 옆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였다.
“돌이야! 여기다.”
도깨비가 감투를 쓰고 옆에 와서 말을 걸어온 것이다.
“아이쿠. 뭐야?”풍산아재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터져 나왔다. 그 말에 자기가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 놀랄 것 없소. 무서워 할 필요도 없소. 내가 요술 감투를 써서 아니 보이는 것이니 안심하시오.”라고 도깨비가 말하지 풍산아재가 놀란 낯빛으로 가리고 있던 입에서 손을 내렸다.
“피리 아저씨는요?”라며 돌이는 함께 온 도깨비 피리를 찾았다.
“감투가 하나 밖에 없어서 피리는 원래 모습으로 변해서 내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어. 우리가 하는 소리는 다 듣고 있을 꺼야.”라고 도깨비가 말하자 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도깨비가 풍산아재에게
“우린 돌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쪽 세상에 가서 관세음보살님을 만나고 왔소. 관세음보살님께서 돌이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생명수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는데 여기가 거긴 것 같소. 이 연못이 관세음보살의 정병인 듯한데…….”라며 도깨비가 말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불쑥 풍산 아재가 끼어들었다.
“여기가 그러니까. 관세음보살의 생명수가 든 정병이라고요? 에이, 여기 병이 어디 있소?”라고 의심스러운 듯이 말하자 돌이가
“저희가 저 산위에서 내려다보니 딱 정병 모양으로 연못이 생겼던데요. 관세음보살님께서 생명수가 든 정병을 세상 어딘가에 떨어뜨렸다고 하셨어요. 그게 여긴 것 같아요.”
“음……. 하긴 여기 풍산 사람들은 연못물이 신비로운 물이라고 하긴 해. 병든 사람이 이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하긴 하는데, 내가 볼 땐 이물로 못 고치는 사람도 있고 고치는 사람도 있고 하는 걸로 봐서 이 물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고친 것 같아. 이 물이 관세음보살의 생명수라면 이미 난리가 나도 엄청 나지 않았겠어?”
풍산아재의 이야기를 들어본 도깨비와 돌이는 그 말이 납득이 되었다. 순간 돌이는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저씨! 우리 지도를 다 시 한번 봐요.”라고 돌이가 말하자 도깨비가 지도를 꺼내 돌이 손에 쥐어줬다. 돌이가 지도가 자신에 손에 잡힌 것을 느끼고 움켜잡자 도깨비가 지도에서 손을 땠다. 지도가 돌이의 손에서 갑자기 나타나자 풍산아재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그러니? 뭔가 알아냈니?”라고 도깨비가 묻자 돌이가 지도를 펴면서 말했다.
“지도를 처음 받았을 때 지도에 정병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그 속에 세 개의 산 이름이 있었어요. 계속 지도가 변해서 잊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돌이가 지도를 펼치자 연못 안에 섬이 세 개가 있었고 거기에는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고 한자로 적혀있었다. 돌이가 고개를 들어 연못을 바라봤다. 연못에게 동일한 위치에 세 개의 섬이 있었다. 지도 가운데 섬에 버드나무가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실제 연못 가운데 섬에도 버드나무가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이것 보세요. 버드나무가 가지를 흔드는 것까지 똑같아요. 여기가 확실해요. 저것이 봉래산이고 저 섬이 방장산, 그리고 영주산이에요. 여기 물을 떠가면 되겠어요.”
돌이는 말을 하며 지도와 실제 지형이 딱 맞아떨어지게 놓았다. 그러자 지도 속 연못에서 작은 정병이 하나 떠올랐다. 일행은 눈을 돌려 지도의 위치를 연못에서 찾았다. 연못 가운데에 반짝이는 정병이 떠있었다.
“저기! 저기! 병이 나타났어.”
풍산아재가 놀라 소리를 쳤다. 그러자 도깨비가
“잠시만 내가 가서 가져올게.”
도깨비가 몸을 날려 정병을 잡았다. 순간 정병이 돌이와 풍산 아재 눈에서 사라졌다. 다시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명에 생명수도 들어있어. 돌이야 너부터 마셔보렴.”
도깨비가 돌이에게 생명수를 주었고 돌이는 생명수를 마시고 자신의 상처에 발랐다. 그러자 덧났던 상처가 곧 아물고 원상태로 나았다. 돌이와 풍산아재는 무척 신기해했다.
“이제 누나를 구하러가요.”라고 돌이가 말하자 풍산아재가
“누나? 누구?”
“뱃사공 누나가 다쳐서 산 속에 있는 집에 있어요.”라고 말하고 돌이는 앞장서 산으로 행했다. 산을 오르며 돌이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화살을 맞아 아팠던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고 이제 곧 아버지를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솟아났다. 돌이는 뛰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 좋게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바람을 가르며 뛰어올라갔다. 돌이의 눈에 도깨비집이 보였다. 돌이가 뒤를 돌아보니 영문도 모르고 한참 뒤쪽에서 힘들게 따라오는 풍산 아재가 보였고 그 뒤로 도깨비와 피리가 보였다. 숲속으로 들어온 후 도깨비는 감투를 벗었고 피리도 함께 걸어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돌이가 도깨비집 마당으로 들어서며
“누나! 저희 왔어요. 생명수를 찾았어요.”라고 말하며 마루로 뛰어올라 방문을 열었다. “누나! 누나!”
누나를 부르는 소리가 두 번 들린 후 돌이가 다시 방에서 마루로 나왔다.
“누나가 없어요.”
방에는 처녀가 있던 곳에 헌 이불만 있고 처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누나를 덮어준 이불 위에 이 종이 쪽지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