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탑의 도깨비 - 43

아버지를 찾아 저승으로

by 김수형

벽돌탑의 도깨비 - 43<아버지를 찾아 저승으로>

박노인은 순덕이네 집에 도착했다. 순덕이 아버지가 마당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보게 좀 괜찮은가?”

박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순덕이 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박노인을 쳐다봤다.

“네. 많이 좋아졌습니다.”

박노인에 눈에는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순덕이 아버지가 말을 하자 순덕이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던 박노인가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자네에게 뭐 좀 물어보려고 왔네. 지난번 도깨비에게 홀리기 전에 어딜 다녀오던 길인가? 한양엔 무슨 일로 다녀온 것인가?”

박노인의 질문을 받은 순덕아버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시선을 땅에 떨어뜨리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르신께서 맡기신 물건이 있습니다. 그걸 목숨을 걸고 전해드리라고 해서 받아들고 오던 중에 도깨비들을 만났습니다. 녀석들이 저를 홀리고 그 것을 훔쳐갔습니다.”

순덕 아버지는 땅바닥만 쳐다보면서 알 수 없는 말들을 했다. 박노인은 순덕이 아버지를 향해

“어르신은 누구며? 물건은 무엇인가?”

도깨비와 돌이 일행은 다시 지도를 폈다. 지도에 그림들이 변하면서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그것을 확인하고 그들은 서로 몇 번이고 눈으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도깨비 피리가 집안 벽장을 통해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풍산아재는 돌이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린 뒤 산을 내려갔다. 돌이와 도깨비는 지도가 알려 주는 길을 따라 걸어갔고 지도에 출(出)이라고 쓰인 곳에 도착했다. 돌이도 이젠 크게 신비롭게 느끼지 않았다. 둘은 지도에 적혀있는 출구를 통해 저쪽 세상으로 넘어갔다. 넘어간 곳은 저승에서 만난 노인의 집 마당이었다. 마당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노인이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노인은 둘을 발견하자 방에서 급히 나와 둘에게로 향했다.

“그래, 생명수는 구했는가?”

“네, 구했어요.”라고 돌이가 대답을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안그래도 어제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셨어. 그래서 뭔가 다른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 그런데 오늘 아침에 저놈이 마당에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펴서 마당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봉정사에서 사라진 머리 둘 달린 새가 반갑다는 듯이 꾸륵꾸륵 소리를 내며 있었다.

“먹이도 충분히 먹여뒀으니 먼 길이라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꺼에요.”라며 노파가 수건으로 손에 물기를 훔치며 부엌문을 열고 도깨비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다쳤던 아이는……?

“그 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소.”라고 도깨비가 말하자 돌이는 노파를 향해 고개를 꾸뻑거리며 인사를 했다. 노파는 돌이에게 다가가 돌이의 손을 잡았다.

“고생이 많구나. 그래도 힘을 내고 이겨 나가야한다.”라고 노파가 말하는 사이 도깨비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펴보았다. 지도가 다시 이쪽 세상을 나타내기 위해 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산맥이 나타나고 이어서 염라대왕이 관장하는 염라국으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우린 이만 떠나야 할 것 같소.”라고 말하며 도깨비와 돌이는 머리 둘 달린 새에 올랐다.

“만나자 헤어지네. 참 이것은 관세음보살님이 주신 것인데, 돌이! 너에게 전해주라고 하셨네. 환약인데 급할 때 먹으라고 하시더군. 평소보다 큰 힘을 쓸 수 있다고 하시더군. 조심하고, 돌이야! 꼭 아버지를 살려 내거라.”하고 노인은 종이에 싼 환약을 건네주었다. 노인의 조심하라는 당부가 끝나기 전에 새가 날아올랐다. 도깨비와 돌이는 두 노인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지도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첫닭이 울기 전까지 끝내야…….”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을을 빠져나와 섶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그들의 길을 안내해줬다. 그들은 돌이 엄마, 당골네, 풍산아재, 그리고 동네사람들 몇몇이었다. 다리를 건넌 일행은 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산으로 들어가자 달이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곧 세상이 깜깜해졌다. 일행은 한참을 땅을 더듬어가며 산을 기어 올라갔다. 무덤 하나가 나타났다. 무덤은 잔디가 아직 자리를 잡고 자라지 못한 새 무덤이었다. 그러나 깜깜해서 이 무덤이 돌이 아버지의 무덤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이 급한 풍산아재는 무덤에 달려들어 파헤치기 시작했다. 일행들도 무덤에 다가가 함께 무덤을 팠다.

달빛이 다시 모습을 들어냈다. 한참을 파내려간 뒤 관이 들어났다. 풍산아재가 관을 고정하고 있는 나무 조각을 망치로 쳐서 없앴다. 그러자 관이 열렸다. 시신을 덮어 놓은 삼배를 해쳐냈다. 시신의 얼굴이 나타났다. 돌이 엄마가 고개를 들이밀어 달빛에 비친 시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니에요.”라고 돌이 엄마가 말하자 풍산아재는 다른 무덤으로 가서 다시 산소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곧 관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 때 이상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일행들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곧 멈췄다. 다행이 닭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일행은 관 뚜껑을 열고 시신을 확인했다.

“맞아요.”

그들은 돌이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고 입에 호리병의 물을 넣어 마시게 했다. 호리병의 물이 죽은 시체의 목을 타고 안쪽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셋은 힘을 합해 시신을 무덤에서 꺼냈다. 그리고 무덤을 원래대로 묻었다. 그러는 사이 돌이 엄마는 가져온 천으로 시신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천으로 칭칭 감아놓았다.

“일단 생명수를 마시게 했으니 이제 돌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이제 조심히 돌아갑시다. 자! 돌이 엄마! 이제 출발합니다.”라고 풍산아재가 이야기를 하고 천으로 칭칭 동여맨 시신을 들쳐 업었다. 그리고 조심조심 산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산을 빠져나와 섶다리를 건너는 사이 구름 사이로 달이 숨어버렸다. 그들은 다리 가운데에서 깜깜함에 난감해 하며 더듬더듬 강을 건넜다. 그 때 강 건너 마을 쪽 숲속에서 횃불을 든 무리가 나타났다. 시신을 옮기는 사람들의 가슴이 턱 막혔다. 긴장한 나머지 볼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횃불을 든 사람들 앞에 성수청의 막내가 서 있었다. 풍산아재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막내는 횃불을 들고 다가와 칭칭 묶어 놓은 시신을 등에 업고 있는 풍산아재 얼굴을 확인했다. 그 뒤에 서있던 당골네가 횃불이 가까이 오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뒤로 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확인했다.

“모두 관아로 끌고 가.”라고 막내가 큰소리로 말하자 횃불을 든 검은 옷의 사내들이 사람들을 끌고 관아로 향했다.

‘이상하군. 왜 죽은 자의 아내가 없지?’ 막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을 하며 행렬을 뒤따랐다.

도깨비와 돌이는 염라국에 도착했다. 지도가 그려놓은 곳으로 그대로 날아들었다. 다행히 자신들을 발견하고 추격하는 무리를 보진 못했다. 머리 둘 달린 새가 건물 회랑 쪽에 내려앉았다. 도깨비와 돌이는 몸을 날려 지도가 알려주는 건물로 숨어들었다. 그 건물 안쪽 감옥으로 지도가 안내해줬다. 감옥 안에 돌이 아버지가 몇 사람과 함께 갇혀있었다. 돌이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아버지!”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숨죽이며 아버지를 불렀다. 돌이 아버지가 놀라 고개를 들어 돌이를 쳐다봤다.

“네가 여길 어떻게…….”라고 돌이 아버지가 말하여 창살 쪽으로 몸을 옮겼다. 돌이가 감옥의 창살 속으로 손을 넣어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둘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도깨비가 지금까지 낸 적이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르르릉” 마치 맹수가 경계를 알리는 소리 같았다. 도깨비가 눈에 불을 켜더니 달려들어 창살을 부수어버렸다. 그리고 돌이의 손을 잡고 돌이 아버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일이 벌어졌다. 감옥 안에 앉아 있던 다른 죄수 몇몇이 벌떡벌떡 일어나 그 들 사이를 막았다. 그리고 건물 입구로 검은 그림자들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왔다. 그림자 끝에 따라 들어오는 것은 큰 입을 가진 기분 나쁜 저승차사였다.

“너희들이 이 사건의 주범들이구나. 얼마나 설치고 다니셨는지……. 이러면 우리의 질서가 엉망이 된다고. 이제 벌을 좀 받아야겠지. 녀석들을 잡아들여라.”라고 저승차사가 말하자 죄수로 변해있던 다른 저승차사들이 돌이와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도깨비는 민첩하게 몸을 움직여 돌이를 구석으로 밀었고 곧이어 저승차사들과 도깨비의 싸움판이 벌어졌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사방으로 휘둘렀고 저승차사들도 여러 가지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웠다. 그러는 사이 입이 큰 저승사자가 돌이에게 다가가 돌이의 멱살을 잡아 몸을 들어올렸다. 공간도 좁고 저승사자 쪽이 수적으로 우세였다. 입 큰 저승사자는

“이봐. 이 싸움 이제 끝내야 되지 않겠어? 무기를 버리고 오라를 받는 것이 좋을 꺼야. 아님 이 둘을 소멸 시켜버릴 테니까.” 말하며 입을 크게 벌리고 돌이의 기운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돌이의 얼굴에서 흰빛을 내는 연기 같은 기운이 저승사자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깨비도 별 방법이 없었다. 돌이 아버지와 돌이가 잡혀있고 둘을 소멸 시킨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도깨비는 무기를 내려놓았다. 도깨비가 무기를 버리자 큰 입의 저승차사는 기분 나쁘게 웃어젖혔다. 나머지 부하 저승차사들이 도깨비를 붉고 굵은 오라 줄로 묶었다. 도깨비가 묶이자 입 큰 저승사자가

“저 도깨비는 아직 정체를 모르니 조사를 하고 저 아이와 그 애비는 지옥으로 보내라. 즉결처분이다. 감히 저승의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다니.”라고 말하며 돌이를 구석으로 던지고 돌아서서 건물 밖으로 사라졌다. 돌이는 구석에 처박혔다. 도깨비는 버둥거려봤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돌이의 옆에 있는 죄수가 구석에 처박힌 돌이를 일으켜 앉혀줬다.

돌이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생 끝에 생명수를 구했는데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이대로 지옥에 가게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온몸 힘이 빠져나갔다. 돌이의 팔은 축 쳐지며 허리에 차고 있던 나눠 담은 생명수가 든 호리병으로 떨어졌다. 손이 호리병을 툭 치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끝이구나 생각하는데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죄수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돌이의 눈에 들어왔다. 죄수는 몸을 일으켜 저승차사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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