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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Aug 07. 2024

소녀와 새

내가 박살 낸 물건들 12


단발머리에 꼭 쥔 두 손을 무릎에 올리고 맨발로 의자에 앉아 있는 작은 소녀 어깨에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그 옆에는 빈 의자가 하나 있다. 나는 가끔은 거기 앉기도 하고 얼굴도, 발도 닦아주고 말도 건네고. 꽃잎을 뿌려 드리기도 한다.

 

무심결에 소녀상을 지나는데 이상했다. 어깨 위의 새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새 다리가 워낙 얇아서 내 조심성 없는 손이 사고를 친 걸까? 그럼, 어딘가 떨어진 새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이상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들께 간 걸까?

요즘 여기는 어떤지, 뭐가 유행인지 소식을 알려주려 고운 소녀할머니들께 나 몰래 날아갔나 보다. 멀리 하늘나라로 날아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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