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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룽룽이 Jul 02. 2024

업무 대신 리더십 트레이닝

High-performing team 만들기

지극히 평범하게 출근 퇴근을 반복했던 지난 5월의 어느 날, 갑자기 리더십 트레이닝 invitation을 받았다. 그것도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하루종일 보내야 하는 트레이닝이라 마음이 10초쯤 설레었다. 참여인원 정보를 확인하고자 수신인 이름을 훑어보니 대략 40명+ 정도의 시니어 매니저 및 이상 직급의, 다양한 부서 동료들이 참여하게 되는 트레이닝이었다. 아, 회사 입사 3년 반 만에 드디어 나도 BU 대표로 당당하게 땡땡이를 칠 수 있게 되었군, 이런 업무추진과 전혀 관련이 없는(?) 트레이닝 핑계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트레이닝 D-day, 하필이면 장소가 평소 출근을 하는 사무실 바로 옆 트레이닝 룸이라 평소 출근길과 별반 다름이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아, 8시 반 시작이라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 빼고는. 너무 일찍 ice breaking talk를 시작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할 것 같아 8시 25분에 입장했는데 이미 도착한 사람은 10명도 안 되는 상황, 강사님은 이미 적응이 된 듯한 여유 있는 표정이다. 눈에 익은 이 분, 아마 2년 전 승진 워크숍에서도 이 강사님 트레이닝을 받았던 것 같은데 기억을 못 하시는 것 같다 (기억을 하신다면 오히려 더 당황스럽겠지…).


월요일, 화요일 두 번 반복하는 워크숍이라 20명 정도를 기대했는데 오전 첫 세션이 마무리되기까지 겨우 15명+ 정도가 도착한 걸 보아하니 갑작스러운 출장이 잦은 우리 회사 주요 업무 프로젝트들이 아직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나 보다. 내가 있는 팀은 연령대가 거의 비슷해 보이는 다섯 명으로 구성되었기에 별 어색함 없이 바로 친해졌다. 토론도 적극적이고 강사님의 질문에 바로 리액션을 하는 소란스러운 사람들도 우리 팀에 모여있었다 (나 포함).


High-performing team을 만들려면 꼭 기억해야 하는 공식 2개,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matrix를 배우고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옆자리 동료와 동료 팀 팀원들 넷이서 밥을 먹으려고 탄 엘리베이터에 강사님도 함께 타셨는데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보다 훨씬 E 기질이 다분한 옆자리 동료 얘기를 꺼낸 덕분에. 강사님의 평화로운 점심 계획을 파괴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식사 내내 회사 현황과 우리 업무/직종이 요즘 직면하는 이슈, 그리고 강사님이 다른 협력회사에서 워크숍을 주최하면서 받은 느낌, 등등을 공유하고 토론하다 보니 결국 서로 배우면서 즐겁게 보낸 점심시간으로 기억되었다. 분주하게 수다만 떨다 보니 점심 소화가 제대로 안된 건 조금 아쉽지만.


오후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더 많은 matrix를 배우게 되고, 믿음 설문조사를 하면서 현재 팀이 어느 정도로 탁월한 팀인지 진단하는 시간도 가졌으며, 그에 따른 팀 별 미니 과제도 무난하게 잘 마쳤다. 워크숍이 끝난 뒤에는 다들 자리를 뜰 줄 알았는데 몇몇 동료들이 우리 팀 주변에 모여 서로 위챗 추가 겸 궁금한 것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분명 하루종일 쉬지 않고 바삐 지낸 느낌인데 정신적으로 개운하고 기분이 좋은 걸 보아하니 아무리 낯을 가린다 해도 E는 영락없이 E인가 보다.





이틀 정도 지났나, 배운 내용들을 정리하고자 outlook을 뒤적여도 도무지 강사님 PPT가 보이질 않아 회사 트레이닝 팀에 연락했더니, 외부 트레이닝이라 이미 프린트된 설문조사지를 제외한 모든 자료는 따로 보내주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낯 간지러워 사진 한 장도 찍어두지 않은 내가 왜 그랬나 싶었지만, 그래도 꼼꼼히 필기는 했는지라 matrix보다 더 인상에 깊이 남은 공식 세 개를 여기에 적어두려 한다.



B = ⨍(P, E)


여기에서 B는 행위(Behaviour), P와 E는 각각 성격(Personality)과 환경(Environment)을 대표한다고 한다. 이렇게 쓰고 보면 뻔한 공식이지만 함의를 전혀 모르고 추측하라고 했을 때 우리 네 팀 모두 틀리게 추측했었다. 누가 professional service firm이 아니랄까 봐 B를 보면 Benefit, P를 보면 Profit라고 입을 모으게 됐는지. 강사님께서는 P는 누구든지 바꾸기 어려우니 E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떻게 팀을 리드하면 될지 점차 답이 나오게 된다고 했다.


이 공식을 보며 나는 지난 1년 더 끈끈한 팀워크를 위해 시작했던 여러 가지 cross-role team meeting series와 이벤트들 등 환경(E) 변화 관련 노력들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고, 나와 성향이 잘 맞지 않는 난해한 모 peer의 행위(B)가 그의 성격(P)과 그의 주변 환경(E) 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변하기를 기대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EP = (K+S+P)*M


탁월한 퍼포먼스(Exceptional Performance)는 지식(Knowlege), 스킬(Skill), 프로세스(Process)를 합한 뒤 마음가짐(Mindset)을 곱하면 된다. 여기에서 Knowledge와 Skill의 차이점에 대해 배우긴 했는데 직접 해석을 하라고 하면 막막해진다. 아마 지식은 어릴 때부터 했던 공부나 상식, 스킬은 soft skills를 포함한 자격증 등으로 생각하면 될지도? 제일 이해하기 쉬운 프로세스는 대기업이 잘하면서도 못 하는, 디자인을 잘하면 회사 운영에 큰 플러스가 될 수도 있지만 big picture 없이 셋업 하면 오히려 운영을 방해하게 하는 마이너스로 적용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을 예로 들면서, 큰 팀이나 작은 팀이나 프로세스에 소홀하면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물론 앞 세 개는 단순한 더하기라 둘 중 하나가 어중간해도 결과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곱하기로 정의가 된 마음가짐은 앞 세 개의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마음가짐이 0이 될 수는 없으나 마이너스로 적용할 수는 있으니, open mindset와 closed mindset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가면서 현실적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생길지 상상하는 과정이 있었다. 난 또 한 번 그 난해한 모 peer을 떠올리게 되었고, 왜 그와 나는 힘을 쓰는 방향이 종종 달라지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C+R+I)/SI = T


마지막으로 공유할 공식은 믿음(Trust) 설문조사를 받을 때 사용한 공식이다. 이 신뢰(Credibility)와 저 신뢰(Reliability), 친밀감(Intimacy)을 더한 뒤 이기심(Self Interest)으로 나누면 된다. Credibility와 Reliability는 네이버로 검색을 해도 신뢰 이 단어로만 번역이 되는데 우리가 워크숍에서 미니 프로젝트를 할 때 전자는 스펙 등 실제적인 스킬로 얻은 신뢰, 후자는 soft skill로 얻은 신뢰로 이해를 했다. 친밀감은 “케바케”라 어떤 팀에서는 업무 외 다른 이유로 친하게 지내는 게 도움이 되지만 어떤 팀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배웠다. 마지막으로 이기심은 누구나 다 있기에 절대 0이 될 수는 없지만 분모로 적용하기에 크면 클수록 실제로 팀에게 전해지는 믿음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공식은 위 2개와는 달리 설문조사에 근거한 공식이라 우리는 실제로 <20개 정도의 문제에 1-6점 사이의 점수를 매긴 뒤 여러 방식으로 채점을 하면서 마지막 점수를 얻게 되었기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고 그냥 글로 읽기에는 덜 직관적이고 마음에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채점하고 "High-performing team"이라는 결과를 얻은 나는 이 공식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설문조사지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결과지만, 좋은 결과는 늘 기분 좋고 짜릿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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