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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r united Apr 16. 2018

post script 바다소리, 엄마내음

project 15분 셸터, 초청의 글 , 2016

15분셸터_"바다소리, 엄마내음"    

                           

이불 한 장 X 15분 셸터 


2016. 4. 16. ~ 4. 30. 공간 해방 



기획의 메시지


팽목항의 이불과 함께 한 1년의 기록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온 이불과 엄마 내음이 희미하게 배인 낡은 옷가지를 오려 만든 실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가 담긴 이불을 짓습니다. 


바다소리를 배경으로 한 줄, 한 줄 이불을 엮어가는 몸짓이 말과는 또 다른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될 기억들이 실을 타고 흘러, 찢긴 상처 위로 새살이 돋듯
새로운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기획: 디자인연구와실천_밑그림 (조주리, 최정원, 임선영, 김민영)

도움주신 분들 :

-공간해방(작가 흑표범)

-노성일(그래픽디자인) 태슬남(공간디자인) 이민주(태피스트리)




후기


기획자이자 참여 작가이기도 했던, 이년전의 프로젝트 <바다소리, 엄마내음>을 떠올릴때면 마음이 울컥해지고 시려진다. 아마도 이맘때 쯤이면 거듭 생각날 4월 16일의 사건과 그 해의 내 모습. 


실험성으로 무장한 젊은, 제법 유명(한) 작가들에 둘러싸여 기획자로 일해온 삶 속에, 이 프로젝트만은 더없이 꾸밈없고, 어색하리만큼 고왔고, 흔히들 말하는 참여형/수행형 퍼포먼스로, 아마도 내 삶에 다시 없을 유형의 기획이기도 하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당시, 하루에 단 15분이라도 쉬면서 머리를 비우고 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 15분 셸터(15'' Shelter Project)의 두 번째 프로젝트, 전시로서는 첫 전시였다.


팽목항에서 출발한 담요는, 당시 공간해방의 운영자이자 작가 흑표범의 제안으로, 전 세계 이곳저곳 많은 작가들의 품을 떠돌다 열 번째 쯤 나에게 당도했다. 부러 세월호나 팽목항,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이 무거웠고 분노로 차있던 시간들이었다. 대재앙앞에서 예술로 뭘 한다는 것도 위선이고, 그걸 하지 않겠다고 냉정한 것도 위악이었다. 


다만, 무언가를 잊으려는 듯  반복적인 행위에 골몰하는 사람되기를 우리는(밑그림 팀) 자처했다. 진도에서 가족들이 덮었던 담요, 아이들 어머니의 옷, 해방촌에서 얻은 옷가지, 그리고 우리 각자 엄마의 옷을 모아 가느다란 실의 형태로 쪼개고, 틀을 짜서 그것들을 계속 이어가며 작은 담요 한장을 짜내는 데 꼬박 보름, 준비와 마무리까지 더한다면 달포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


15분간 우리 모두는 작은 방에서 손으로 바삐 베틀을 움직이는 '직녀'가 된 듯했다. 스피커로는 차갑고 매서웠던 팽목항의 파도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엄마내음'으로 수식된 그대로, 여러 옷 가지에 밴 삶의 내음들이 함께 뭉쳐졌다. 그것이 다정한 엄마 내음이었는지, 비정한 삶의 냄새였는지는 모르겠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두어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들어앉아 길 건너를 내다보며, 정신없이 빵빵대는 마을버스와 삶의 고단함에 지쳐 설핏 내다보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실을 잇고, 틀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손을 놀리고, 머리를 비우려 했던 것 같다. 


이름모를 여러 관람객들의 손을 거쳐 함께 짜진 이불은 2016년 5월에 416기억저장소로 전달하여 아카이브되었다고 한다. 다시 없이 슬펐던 그 해의 기억이, 4월의 해방촌이, 이불을 짜던 이름모를 이들의 손길이 기억나는 밤이다. 


- 2018년 4월 16일 새벽 



주어진 15분 동안, 갤러리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이불 -짓기를 이어가는 차분한 공동 직조 프로젝트였던 15분 셸터의 두번째 프로젝트 '바다소리 엄마내음'




* 따듯하고 안전한 모성의 공간으로서의 1인 쉘터

디자인연구와실천_밑그림(이하 밑그림)은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 건물 붕괴 등의 대형사고 발생 시에 대피용으로 쓰이는 ‘보호소(쉘터)’에 주목하였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갈 곳을 잃은 피해자들은 보호소에 임시로 기거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일상적인 재난으로 감정적·육체적 피로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막상 갈 곳이 없다. 15분의 휴식만으로도 지친 심신을 달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는 즐비하지만, 자투리 시간이 주어진다 한들 편안히 휴식할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적 재난의 피해자들은 타인의 시선을 피해 잠시나마 홀로 될 곳을 찾아 헤매다 칸막이 화장실 안에서, 회사 비상구 계단에서 숨죽여 불안한 휴식을 취한다.
이에 재난으로부터의 대피와 보호라는 본령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의 기능과는 다른 차원의 심리적 위안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쉘터의 필요성에 주목, 새로운 개념의 공간 프로그램을 제안하고자 한다. 물리적 안전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 견고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방공호나 대피소와는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요소들로 가득 채운 이 공간은 마치 어머니의 품에 폭 안긴 것처럼 포근하게 사용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이다. 또한 소극적으로 공간을 설치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용자들에게 시간성·행위성·상징성에 따른 간접적인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도 충만한 ‘휴식’과 ‘사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15분셸터는 일상적 재난에 일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공간적 조건을 마련하려는 시도입니다. 하루의 약 1%에 해당하는 15분과, 성인 한 명을 겨우 수용할 정도의 작은 공간을 기본 모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15분 셸터가 더 궁금하신 분들, 15분 셸터와 함께하고픈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은 15minshelter@gmail.com 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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