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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30. 2023

9점과 5점

알곤이 칼국수

알과 곤이에 환장한다. 하지만 자주 사 먹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는 알과 곤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없었다. 단순히 내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보통 동태탕을 먹을 때 곁가지로 먹거나, 알탕을 먹을 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 곤이를 먹자고 동태탕 집까지 가기도 애매하고, 알탕은 주변에 잘하는 곳이 없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자니 그 맛이 안 난다는 엄마의 말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 와중에 친구의 추천으로 알, 곤이가 듬뿍 들어간, 알곤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냈다.



붉음 위에 올려진 초록. 단조롭지 않게 식욕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색들이다. 새빨간 국물 위로 빙산의 일각처럼 제 모습을 드러낸 알과 곤이들. 자각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찾아왔던 음식이 눈앞에 있었다. 칼국수 면은 밑에 묻혀 보이지 않았지만, 젓가락을 꽂아 들춰내니 모습을 드러냈다. 굵고 쫄깃한 식감의 면은 아니었다. 얇아서 살짝 비쳐 보이고 야들야들한 식감의 면이었다. 전자의 식감을 선호하지만 후자도 나쁘지는 않다. 국물을 한 입 떠서 혀 위에 부어본다. 면을 따로 삶아서 넣는 건지 전분기 없이 매끈하게 넘어갔다.


이 모두가 좋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알과 곤이다. 부드럽게 부서지는 알, 쫄깃하게 끊어지는 곤이. 와사비를 풀어 미세하게 코를 찌르는 간장에 찍어 먹으면 심히 만족스럽다. 중간중간 쑥갓도 씹으면 향긋하면서도 아삭하니 입이 환기가 되었다. 양이 어느 정도 줄어들자 참지 못하고 공깃밥을 시켰다. 숟가락으로 푹 떠서 넣은 뒤 말아서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식당을 나서며 자신스럽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하지만 친구는 ‘흠, 그 정돈가?’라며 5점을 줬다. 당시에는 ‘그럴 수 있지’ 정도의 감상만으로 끝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니 문득 궁금해졌다. 5점의 점수밖에 못 받을 정도로 별로였나 싶어 이유를 물었다.   

국물이 맛있지만, 면이랑 국물이 따로 논다.

위에 올려진 쑥갓과 같은 생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칼국수를 찾아 먹을 만큼 안 좋아한다. 알곤도 마찬가지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해서 먹어봤다.


이러했다. 그야말로 취향 차이였다. 슬며시 책에서 보았던 개념이 고개를 내밀었다. ‘관점주의’다.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며,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는 주의다. 맛에 대한 취향을 진실이라 부르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허나 여럿 취향 중 어느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말은 진실이다.


맛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우리가 음식점을 높게 평가할 때 음식의 맛이 좋아서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좋은 점수를 주어서일까. 누군가가 혹평하더라도 내 입에 감기면 좋은 거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남 의견은 참고만 하자. 취향이라는 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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