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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08. 2023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을까

무지

친구가 짤 하나를 가져와서 보여줬다. 손에 알약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것이 회색으로 보이면 스트레스가 없고, 빨강과 파랑으로 보이면 스트레스가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회색으로 보였다. 납득했다. 나는 평안한 상태다. 그런데 불과 30분 뒤.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이번에는 파랑과 빨강으로 보였다. 30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그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말인가.


문득 이전에 있었던 드레스 색깔 논란이 떠올랐다. 하나의 드레스 사진을 보고 어떤 이는 파란색과 검은색이라고 말하고 다른 이들은 흰색과 금색이라고 말했다. 이때 같은 사진을 보로 다른 색을 받아들이는 원인은 원추 시세포에 있었다. 이 시세포의 민감도가 사람마다 달라 파란색이 주는 파장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인 금색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앞서 봤던 알약도 비슷한 원리가 아닐까. 그렇게 결론지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나의 시세포의 민감도가 달라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아 있지만 나의 관심은 스트레스 쪽으로 기울었다. 스트레스란 과연 무엇일까. 왜 알약의 색깔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의심했던 걸까.


스트레스의 정의는 찾기가 쉽다. 사전에 네 글자만 입력하면 되니까.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ㆍ신체적 긴장 상태.’ 궁금할 때마다 사전을 찾아들지만 짧디 짧은 사전의 한 줄로 만족했던 적은 잘 없다. 손가락을 놀려 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본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살펴보면 이해는 점점 깊어진다.


투쟁-도피 반응, 교감신경의 활성화. 어느 수준까지 스트레스 또는 불안이 증가하면 수행능력과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그 이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급속하게 떨어진다는 여키스 도슨의 법칙.  스트레스는 핵산이 기억되며, 동일한 스트레스를 느꼈을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부신피질 자극호르몬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따라서 동일한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력이 향상된다.


스트레스가 마냥 나쁘지만도 마냥 좋지만도 않으면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다. 더불어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적응한다. 여기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순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의심했었다. 그렇다면 있던 스트레스를 없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단순히 익숙해지는 방편 말고, 인식을 바꿈으로써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한 단서를 의외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무료로 풀린 자기 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우리의 스트레스는 외부적 상황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외부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모르는 우리의 두뇌 속 무지 때문에 생긴다.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는 말이 떠올랐다. 실로 맞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온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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