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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14. 2023

소설의 3요소(1)

서술

무언가 행동에 나서기 전 나는 책을 읽어 본다. 그것이 어려워 보이면 어려워 보일수록. 그렇기에 나는 웹소설을 쓰기 전 작법서들을 탐독했다. 모두 구입하기는 어려워 밀리의 서재에 있는 작법서들 위주로 보았다. 거의 전부를 끄집어내 정리한 책도 있고, 단지 몇 문장만을 건져낸 책들도 있다. 이들 십수 권을 하나의 메모로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그 메모의 가장 위, 그곳에는 소설의 3 요소가 적혀 있다. ‘대화, 행동, 서술’이다.


단지 세 단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웹소설을 읽어 보면서 분석해 보니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대화는 쉬웠다. 큰따옴표 안의 활자들을 보면 된다. 행동도 직관적이다. 다만 서술이 애매했다. 대화와 행동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서술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독자가 아닌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서술을 내 나름의 기준으로 나누었다. 관찰과 생각으로. 따지고 보면 4요소이다.


서술자가 보고, 듣고, 맡고, 느끼고, 맛보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에 대한 서술자의 생각. 여기에 대화와 행동이 곁들여지자 웹소설의 모든 지문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그러고 나자 이 3요소, 아니 4요소가 사실 인생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맞닿았다.


나는 대화하고 행동하고 관찰하고 생각한다. 삶을 요약한다면 모두 이 네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은 하나의 삶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막막하기만 하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서술부터 살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 구분하기에는 모호했지만 사실 내가 제일 많이 접했던 분야다. 일기를, 에세이를 써오면서 외부의 것들에 대한 관찰과 그에 곁들인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내 주변을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 그중 내 이목을 끄는 무언가가 있으면 오감을 집중했다. 이내 불현듯 생각은 피어오른다.


돌이켜보면 당황스럽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떠올린 자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쌓아 올린 탑이 아니기에. 수없이 많은 부분이 얽히고설킨 산에 가깝다. 그래서 독특하다.


그러나 떠오른 모든 생각들을 그대로 담아서는 안 된다. 에세이와는 다르다. 시점 인물,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파편들일지언정 나는 아니다. 나로부터 비롯된 관찰과 생각들을 등장인물에 맞게 빚어내야 한다. 그들의 나이, 성별, 성격, 직업, 욕망에 맞춰 깎아내야 한다. 똑같은 풍경 안에서 누군가는 구름의 모양으로 보고, 누군가는 지나가는 행인을 쳐다보듯이. ‘짠내’라는 단어를 보고 누군가는 절약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바닷바람을 떠올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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