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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16. 2023

소설의 3요소(2)

대화

우리가 말을 할 때, 혼잣말이 아니라 상대방과 말을 섞을 때 그것을 대화라고 의식한 적이 있던가? 내 기준에서는 없었다. 침묵이 아직까지는 어색해 어떻게든 입을 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구태여 머리를 돌리지 않아도 말이 툭툭 나간다. 그러나 이를 글로 옮겨 표현하려면, 실제로 대화를 써내려면, 쉽지가 않다.


공기 중을 떠다니는 말들은 아무리 뭉개져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글로 옮겨 놓으면 처참하다.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주제가 갑자기 널뛰기를 하지 않나. 전혀 문법에도 맞지 않은 구절들이 많다. 그렇기에 소설의 대화문은 정제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대화와는 다르다. 이를 인지하고서 대화문을 써내려 보았다. 읽히기는 쉽게 읽히지만 문제가 또 생겼다. 마치 한 사람이 독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목소리로.


각자의 사람은 각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복제인간이 아닌 이상. 창작물 속의 인물들도 각자의 목소리로 얘기해야 한다. 특히 대화만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게 제일 좋다. ‘xx가 말했다’ 같은 말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아도 누가 말하는 건지 독자는 알아채야 한다. 여러 가지 기법이 있는 듯하다. 당장에 두 인물만을 등장시켜서 차례로 대화문을 이어가는 방법이 있고, 말 끝에 인물의 이름을 붙여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지 인지시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대화문 그 자체만으로 인물이 개성이 묻어나는 것이다.


개성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아쉽게도 글이라는 매체에서 어조와 음색을 대화문에 담아낼 수는 없다. 다만 어떠어떠했다고 묘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사람이 쓰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처음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미를 조금씩 바꾸었다. 누군가는 ‘다나까’로 끝나는 말을 쓰고, 누군가는 ‘요체’를, 누군가는 반말을 쓰는 식으로. 그러나 이는 변주의 범위가 너무나도 좁았다. 적은 인물이 등장할 때는 모르지만 등장인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자 겹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세밀한 영역까지 천착해야만 했다. 어떤 인물은 길게 늘여서 말하고, 어떤 인물은 짧게 말한다. 어떤 인물은 비유를 할 때 자신에게 익숙한 사물을 빗댄다. 보통 직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터다. 어떤 인물은 고풍스러운 단어를 읊고, 어떤 인물은 간단한 단어만을 사용한다. 다만 이에 대한 데이터가 내게는 없었다. 말 그대로 경험의 부족이다. 사람과의 대화 경험의 부족. 게다가 앞서 말했듯 우리는 대화할 때, 대화의 내용에 집중할 뿐, 그 형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경험과 관찰이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의 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어디를 강조하는지, 말은 어떻게 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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