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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20. 2023

소설의 3요소(3)

행동

소설의 3요소, ‘대화, 행동, 서술’ 중 행동. 행동은 과연 무엇일까. 어렴풋이 생각했을 때 몸을 움직이는 걸 뜻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기에 사전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 뜻을 본다.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함.’ 이런 뜻이라면 가만히 있음은 행동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뜻을 본다. ‘내적, 또는 외적 자극에 대한 생물체의 반응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 반응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동을 하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도. 그중에 중요한 부분만을 건져내어 활자로 옮겨야 한다.


간단하게 느껴진다. 내가 숨을 쉬고 있으면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하면 되고, 걷고 있으면 걷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내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행동도 있지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행동도 있다. 처음 기타의 운지를 할 때, 손에 달린 막대기들이 마치 내 것이 아닌 양 온 신경을 쏟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다. 사건이 진행되는 데 그리 중요하지 않기에. 신경을 집중해야 할 때는 자세하게 묘사하면 된다. 시점 인물이 중요하게 느낀다는 뜻이기에. 평범한 행동들은 담백하게 단문으로 옮기면 된다.


그럼에도 내 발목을 붙잡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의 세 가지는 모두 평이한 상황에서의 행동이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에게는 시련이 닥쳐야 한다. 그 시련은 급박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당장에 본능 따라 움직여야 살아남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 단문 위주로 빠르게 장면을 치고 나갔다. 그랬더니 설명이 부족해 보였다. 독자가 과연 이 부분을 읽고서 제대로 장면을 그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길게 늘이자니 너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느껴졌다. 시점 인물을 바꿔서 묘사해야 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점이 자주 바뀌면 독자는 외려 혼란스러워한다. 누가 말하는 건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고민 끝에 이렇게 구성했다. 일단 시야가 좁아진 주인공의 행동을 간단하게 표현했다. 그 뒤, 상황이 종식되고 나서 추측하게 만들었다. 주변의 단서와 다른 인물들의 말로.


예를 들어 주인공이 몸을 굴러 피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옆으로 굴렀지만 이상하게도 몸은 뒤로 날아갔다. 어디에 맞은 충격도 없다. 상황이 끝나고 살펴보니 옷에 찢어져 있었다. 상대방이 공격하기 위해 휘두른 물체에 옷이 걸린 탓에 같이 딸려 날아간 것이다.


이토록 장면의 텐션 조절이 어렵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는 해결될 터다. 그렇지만 그 시점들에도 어려운 지점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어차피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만들어낸 시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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