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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Nov 22. 2023

국물 속 옥수수

라멘

옥수수는 좋다. 옥수수 식빵, 옥수수 크림빵도 좋고, 옥수수 아이스크림도 좋다. 갓 쪄낸 옥수수 알 자체의 쫀득함도 좋다. 콘옥수수는 달콤하지 그지없다. 양파와 설탕 마요네즈를 섞어 비벼낸 후에 위에 치즈를 녹여내면 콘치즈가 완성된다. 입에 넣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팡하고 터져 버린다.


구황작물이라 그런지 많은 요리에 들어간다. 심지어는 국물에도. 국물에 둥둥 떠다니는 노란색 알갱이. 내 취향이 아니다. 사실 의식 속에서조차 없었다. 다만 친구를 통해 접했다. 그것도 사진으로. 친구가 자주 먹는 라멘에 항상 옥수수가 들어 있었다. 보자마자 저건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몇 번 보고 나니 자연스레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


“국물에 든 옥수수는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어느 날, 친구가 일본 컵라면을 줬다. 많이 시켰으니 맛이나 보라고 던져준 것이었다. 닛신의 라왕 시리즈. 내가 받은 맛은 간장과 미소맛. 출출할 때 아무렇지 않게 하나를 뜯었다. 후레이크를 넣고 분말수프를 넣고 물을 붓기. 면이 익으면 액상스프까지 넣어 잘 섞어주기. 그렇게 완성된 작품을 보았을 때 노란색 무언가가 보였다.



옥수수였다. 미소 베이스 라면 국물에 옥수수를 넣는다고?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어서 면을 집었다. 우리나라 된장과는 다른 들큼함이 면에 달라붙어 있었다. 많이 짭조름했던 간장 맛보다는 취향에 더 들어맞았다. 만족스러워하며 면을 모두 해치웠다. 남아 있는 건 떠 있는 건더기들.


시험 삼아 옥수수를 국물과 함께 입에 머금어 보았다. 나름, 괜찮았다. 오히려, 어울렸다. 옥수수가 머금은 특유의 고소함이 달큼한 국물 속에 어우러졌다. 인식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국물에 담긴 옥수수가 별로라고 생각했을까. 돌이켜 보면 나는 한 번도 국물에 담긴 옥수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옥수수를 먹어 보았고, 국물을 먹어 보았을 뿐이다.


그 맛을 머릿속에서 조합해 보고서는 단정했다. 나는 이런 맛을 싫어한다고. 자신의 상상을 맹신해 버렸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다 한들 실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슈바인학센이 족발 맛이랑 비슷하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 양념갈비 튀김의 맛이 상상될지언정 실제 입에 들어왔을 때 어떤 자극을 줄지는 모른다.


결국, 실제로 접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이 사실을 또 잊고 있었다. 문득, 친구가 보내준 그 사진 속 라멘이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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