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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Dec 15. 2023

물과 기름

섞으려면


기름과 물. 쉬이 섞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취업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했었다. 정해진 양식은 없다.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들, 그 외에는 알아서 일을 찾아 해야 한다. 일의 대부분을 내가 생각하고 해내야 한다. 정해져 있는 양식은 크게 없다.


내 일이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규명해 놓았기에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했다. 첫 타자로는 블로그가 선택되었다. 이미 운영되고 있고, 원초적인 글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게 블로그였다. 바로 클래스 101을 결제하고 브랜드 블로그를 운영하는 강의를 완강했다. 블로그 카테고리, 프로필, 키워드를 추출하는 법에 글을 쓰는 법까지. 정리를 해놓고 글을 썼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썼던 글이다. 초안은 문어체로만 가득했는데, 수정하다 보니 구어체가 섞였다. 

https://blog.naver.com/petit2828/223290468153


강의에서 나온 대로 블로그 프로필도 수정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이웃 같고 친구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내가 수정했던 블로그 프로필은 약력이 길게 적혀 있었다. 다시 보니 어쩐지 딱딱하게 느껴진다. 강의의 예시를 비슷하게 따라 했을 뿐인데.




신뢰, 신뢰 그리고 또 신뢰. 브랜드 블로그 강의에서는 무엇보다 신뢰를 중요시한다. 약력, 포트폴리오, 실적 등등의 자료를 들어 글을 읽을 만한 이유를 만들라고 한다. 의문이 들었다. 약력과 딱딱한 말투는 신뢰와 공존할 수 있을까. 친근한 말투는 신뢰와 공존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신뢰가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아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통계와 문어체가 신뢰를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신뢰는 어떻게 줄 수 있는가. 『스틱』이라는 책에서 답을 구했다.


이 책에서는 4가지를 든다. 세부사항, 통계, 시나트라 테스트, 검증 가능한 신용.   

세부사항: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세부사항들

통계: 그래프로 나타나는 숫자들

시나트라 테스트: 어떠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면, 비슷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

검증 가능한 신용: 말 그대로 고객이 직접 검증할 수 있으면 된다. 방수 기능이 있다면 실제로 물을 부어 보듯이.


약력에 완벽히 들어맞는 요소는 없다. 엇비슷할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약력 말고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강의에서 말했던 것은 결국 신뢰를 주라는 것이었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데 약력과 말투에만 너무 집착했다.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책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대에 부응하라.

고정관념은 그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자신의 직업군에 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이들은 같은 일을 해도 더욱 많은 결실을 건져 올리게 된다.


사람들이 그 직업에 가지고 있는 기대와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기. 하지만 사람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이미지가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라고 나 혼자 단정하고 있던 건 아닐까. 정확한 답은 이것이겠지. 그런 이미지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친근함을 고수한다면 냉정하고 이성적인 의사를 바라는 사람의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신뢰를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다. 이미 많은 치료 케이스가 쌓였다. 이를 포트폴리오 삼으면 된다. 공존할 수 없으면 섞어버리면 된다. 기름과 물도 유화작용을 통해 섞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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