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느 날, 서울시 분당구에 있는 내무반에서 말했다.
나는 후회 없이 살았노라.
선임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내가 살아왔던 길에 한 점 후회는 없노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정신인가 싶다.
후회 없는 삶은 가능한가. 내 생각엔 불가능하다. 선택을 내리는 순간, 그 외의 선택지들을 모두 포기하게 된다. 그 모든 가능성에 후회를 남겨두고 온다.
그래서일까. 병원을 그만둘 때 ‘그럼에도’를 말했다. 큰 대책 없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수간호사는 후회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후회 없는 선택은 없다. 단지 다른 가능성을 선택할 뿐이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구나. 이렇게 대답했다.
후회하더라도 그만둘 것이다.
그 말 뒤에는 별다른 반론이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선택에 모든 후회를. 듣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모든 선택에 후회가 남는다면 선택을 남발해도 될까? 전혀. 선택은 후회만이 아니라 그 반대의 감정들도 불러온다. 설렘, 환희와 같은.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저울질하면 된다.
그러니 후회를 되새기지는 말기를. 어차피 후회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 도처에 득시글거린다면. 익숙해지자. 마치 공기처럼. 주변에 있어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녀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