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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Oct 16. 2023

강믿

늘 곁에 있었던 글


그만둘 당시만 해도 전능감에 젖어 있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간호사 면허증 말고 내세울 게 뭐가 있냐는 말에 치기 어린 호승심을 불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감정은 일시적이다. 언제까지고 이끌어줄 것만 같던 감정이 훌쩍 떠나자 의지 또한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단 글쓰기를 목표로 삼았다. 오랜 시간, 10년 넘게 품어 왔던 꿈이었기에. 하지만 결과는 그리 금세 나오지 않는다. 마음의 조급함이 빠른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성취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허나 돈을 벌려니 시간이 또 사라진다. 어떤 분야의 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글로 타인에게 가치를 전달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웹소설, 생각해 두었던 분야 중 하나다.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여러 책들을 훑고 있는데, 적어도 2~3년은 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작품 2~3개, 어쩌면 그 이상을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단순히 글을 쓴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좋은 글을 위해서는 좋은 생각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좋은 생각을 위해서는 좋은 경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좋은 경험이라는 것도 결국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좋을 글을 위해서 시간과 돈이, 그 글이 성취를 이루기까지 또 시간과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집 안에 틀어박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항산항심(恒産恒心), 일정한 생산이 있으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사자성어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괜히 공무원을 찾는 게 아니다. 불거지는 불안은 항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둔 그 당시에는 ‘병원’이라는 단어 자체도 싫어서 단순히 알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지가 꺾이지 않게끔 독립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나 싶었다. 허나 이런 선택들이 내가 글을 쓰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고 그다음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었다. 독립과 알바는 좋은 선택지가 아닌 듯 보였다. 식과 주는 집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다시금 깨달았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지 않더라도, 뛰어난 지식을 전수받지 않더라도. 단순히 의식주를 안전하게 제공받는 환경 자체가 축복이라는 사실을. 부모의 그늘이라는 게 얼마나 값진지를.


재고한 뒤에 찾아낸 선택지. 그건 요양병원 night keep이었다. 3교대 중에서 밤에 일하는 N를 고정적으로 담당하는 직업이다. 3차 병원만큼 강도 높지 않으면서 일정한 루틴을 보장받을 수 있다. 더욱이 일반 3교대보다 off, 쉬는 날이 많다. 그만큼 보수가 적지만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한 내게는 딱 알맞다. 더욱이 임상경험을 쌓는 보험도 될 수 있다. 끝이 아름답지 못할 때 소방공무원이든 뭐든 시험을 칠 수 있는 보험이.


방황 섞인 유예기간 동안 여럿 시도를 해보려 한다. 원래 운영하던 에세이 인스타그램을 다시금 활성화시키고, 쓰레드에는 짧은 문장을 남긴다. 좀 더 자세하고 긴 호흡의 에세이를 브런치에. 더욱이 웹소설도 연재해 볼 생각이다. 타인의 글을 쓰는 경험도 부족해서, sns를 활용해 타인의 글을 무료로 쓸까 싶다. 일정한 성과가 쌓이면, 타인의 글을 쓰는 횟수가 쌓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오면, 크몽의 글쓰기 항목에 전문가로 등록해보려 한다.


과도기 속에 있다. 또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렇기에 브런치에서의 나의 이름을 ‘강믿’이라 정했다. 내 이름 중 한 글자인 ‘굳셀 강’과 믿는다의 ‘믿’을 합쳤다. 굳이 풀어 해석하자면 굳세게 믿는다는 뜻이 되겠다. 믿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믿음의 가치는 소중히 여긴다.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믿음의 대상이 신을 향하지 않고 내면을 향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굳센 믿음. 이를 딛고 나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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