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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믿 May 07. 2024

자살하면 그만이야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망치고 싶어 진다. 누군가는 거뜬히 버티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아무튼 ‘도망’하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반대의 의미를 담은 일본 드라마도 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도망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생각하게 된다. 도망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도망의 최고봉은 자살이 아닐까.



유명한 짤이 생각난다. ‘자살하면 그만이야.’ 밝은 표정의 피에로와 죽으면 그만이라는 부정적이고도 짧은 글. 그 불균형에 웃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허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삶이 고달파 버틸 수 없을 때면 죽음이라는 도피처가 있다.


‘자살’. 사회에서는 터부시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부정적일까. 잘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삶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엄연히 말해서 나는 나의 의지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명체의 본능에 따라 태어났을 뿐이다. 나의 삶이 나의 선택이라면, 이 세상에는 법적 보호자는 없겠지. 태어날 때부터 의식을 가진 채로 자신의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으니. 나의 삶에 책임이 없다면 자살이라는 선택지도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말하기도 한다. ‘그 정도 가지고?’, ‘자살할 용기로 다른 걸 하겠다.’ 등등. 하지만 고통의 절대적 크기란 없다고 본다.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넘어갈 정도의 풍파가 누군가에게는 나를 짓누르고 부숴버릴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죽지 못한 채 끊임없는 받는 고통은 그 자체가 지옥이 아닐까. 죽으면 죽기 직전의 상태로 돌아온다면 절망적이지 않을까. 그래, 죽음이라는 안식처가 있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키워드에도 '자살'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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