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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앤 Apr 08. 2020

아이물건 정리... 닥치고 청소중

머릿속이 어지럽다면... 닥청!(닥치고 청소를)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과 강제 방학을 보내고 있다. 하루 24시간을 거의 집안에서만 보내고 있다. 갑갑하다. 나가서 돈도 벌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집안에 있으려니 집이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다.


어지럽혀진 집안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날 때가 있다. 때때로 아니 자주.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치우는 것도 자기 방에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도 귀찮아한다. 엄마의 잔소리도 이제는 뻔뻔하게 스킵해버린다. 그러니 더러운 꼴을 보기 힘든 내가 자진해서 먼저 치워버릴 때가 많다. 기다렸다가 치우게 해야 하는데.. 그꼴 보고 있는 내가 울화통이 터져서 정신건강에 해롭다.


정리하는 뇌 라는 책을 읽고 있다. 유명한 유튜버가 강력 추천을 하길래 살짝 홀려서 사두었던 책이다. 책의 초반부분을 읽고 있는데 집안 정리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부제는 '정리의 시작은 집안에서 부터'다. 집안 물건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컴퓨터 파일이나 휴대폰 사용에 관한 시간 정리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니멀리스트나 정리정돈관련한 책을 읽어왔기에 어느정도는 아는 내용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뇌를 혹사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 가입한지도 모르는 수십가지 인터넷상의 자주 잃어버리는 비밀번호들, 수시로 울려대는 카톡과 SNS알림, 나는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닥치고 청소

이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닥치고 청소"였다. 그래, 닥치고 청소나 하자. 


아이들은 요즘 학교에 안간다며 신나서 새벽까지 놀다가 늦잠을 실컷 잔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남편과 함께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걷고 달리며, 새벽 공기로 갑갑함을 달랜다. 오전에는 종종 일을 한답시고 컴퓨터 앞을 헤멘다. 청소는 자연스레 뒤로 미뤄뒀다. 오전에 일을 끝내려 했지만, 쇼핑에 빠지거나 뉴스기사나 유튜브에 잠시 발을 들여놓은 순간 일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다. 오전 내 해야 할 일이 오후로 미뤄진다. 


집안이 어수선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벌건 대낮이 되어서야 아이들 밥상을 차리고 EBS강의를 듣게 하고, 숙제 몇가지 시키다보면 금새 저녁먹을 시간이다. 남편이 올 시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집안 정리를 한다. 대충.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체력 방전. 설겆이는 쌓아둔 채 눕고 싶다고 침대에 몸을 비비다 기절하 듯 잠이 든다. (꼭 매일 그렇지는 않다고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심한 한줄 추가해본다.)


내가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지런 하기는 커녕 이게 뭐하는 거지 싶네. 아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안에 있지만, 아이들은 이제 엄마를 찾지 않는다. 나는 밥 외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두아이 모두 이제는 초등 고학년이 되어 책을 읽어줘야 하거나, 놀아 달라고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살뜰하게 숙제를 봐주거나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저 잔소리 하며 할 일을 던져주는게 전부라니 부모로서 너무 방치하고 있는게 아닐까. 후회와 불안감이 나를 누른다.


어수선한 집안도 내 마음도 일단, 청소를 하자. 

계획도 세웠다. 가장 급하고 중요한 게 뭘까. 아이들의 남은 방학을 좀 더 계획적으로 보내는 것. 아이들의 물건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항상 정리를 할 때 주방이나 세탁실, 또는 옷장이 먼저였는데, 아이들 물건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먼지 쌓인 책들은 읽을 책들을 골라 재배치하고, 버려야 할 못쓰는 물건들 이나 지난 교과서들, 팔아야 할 중고 책들을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책정리가 사실 가장 어렵다. 중고로 팔아도 주인만나기가 요즘은 왜 이리 어려운지. 가격을 정말 싸게 내놓는데도 아이들 책이 예전만큼 안 팔리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 


아이들이 어릴땐 매달 틈만 나면 구입하던 책과 책장 대신 옷장과 수납장을 구입했다. 2층 침대를 정리하고 아이방을 분리해 주었다. 대신 수납력 좋은 서랍 달린 침대를 구입해 물건 장소를 지정해주니 방도 쉽게 어지럽혀지지 않게 됐다. 나름대로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특히 조금 더 큰 방을 쓰는 첫째아이 방에서 둘째의 짐을 빼주니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들이 엄마의 노력을 알아주는 듯 방이 정리된 모습을 너무나 좋아한 것까지는 좋았는 데... 방에서 안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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