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주부의 하루. 매일 아침 이 많은 먼지는 어디서 오는가를 생각하며 청소기를 돌린다. 잠시 청소기를 멈추고 바닥에 누워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욕실 빨래바구니에 모아 세탁실로 향한다. 세탁기 돌려주고 다시 청소기 한 바퀴 돌린 다음 주방으로. 설거지 통에 쌓인 그릇을 보며 잠시 한숨. 부지런히 식기세척기에 옮기고, 플라스틱 몇 가지만 손 설거지를 한다. 주방 상판에 널브러진 물건들 제자리에 넣고 행주로 상판 닦고 마무리. 건조기에 빨래를 꺼내어 개면서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시청. 외출할 일이 있어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청소만 하는 날엔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계절마다 이불 빨래나 옷장 정리, 책장 정리나 가구이동까지 더해지면 점심도 거른 채 하루 종일 청소만 하는 날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빨래를 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왔다. 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악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펼 수 없는 느낌. 어깨 아래쪽부터 허리까지 통증과 함께 몸이 딱딱해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놀라서 잠시 앉았다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운전을 해서 집 앞에 있는 정형외과에 갔다. 병명은 허리 협착증이라는데.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노년에 생기는 증상이랜다. 그리고 디스크도 아닌데 허리통증이 심한 이유는 복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름 집안일하며 몸을 자주 움직이는 편인데.. 내 몸 상태에 충격을 받고 의사 선생님의 지시대로 하루 20분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운동하는 남편과 함께 새벽에 운동장을 돌았다. 가끔씩은 뛰기도 하면서 그렇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 시간 이상 걷기를 시작했다.
나름 부지런한 편이라 움직임이 있는 편이고 주 3회 이상 하루 한 시간 이상 걸었으니 운동을 안 한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몸무게는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내가 걷는 사이 남편은 달리기를 했고 10kg를 감량했다. 독한 남자.
분명히 함께 운동했는데 내 몸무게는 1 kg도 빠지지 않았다. 아이들 챙기며 간식과 음식조절을 못했고 늦은 시간 남편과의 야식을 먹다 보니 건강한 돼지가 됐다.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진다면 스트레스나 수면도 체크해야 한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기에 나는 늘 잠이 부족했고, 잠들기 전 습관처럼 하는 스마트폰으로 수면의 질도 나빠졌다. 또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나잇살과 노화는 예전만큼 움직여도 몸무게가 잘 안 빠지는 것도 한몫한다. 잠시 눈물 찔끔. 왠지 서글프다.
항상 잘 웃고 인기도 많았고 일도 나름 잘해서 자신감 넘치는 20대를 보냈는데, 30대는 아이를 키우면서 순식간에 순삭 해버렸다. 살이 찐다는 건 단순히 외모가 변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랄까. 기분이 다운된다. 남들은 잘만 빼던데, 나는 왜.. 이게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더 늦기 전에 살 빼고 쭈굴쭈굴 해지기 전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만큼은 그래 이번만큼은 꼭 성공해 보자. 굳은 마음을 먹어 본다.
하루 두 시간 고강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시작했다. 다행인 건 그동안의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잘 먹는 건강한 돼지였기에 체력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중조절 다른 문제다. 식단이 80% 이기에.. 혼자 하는 운동은 의지박약으로 지속하기가 어려워서 집 가까운 곳에 운동을 등록했다.
운동 1. 수영
동네 산책과 가벼운 등산으로 걷기를 연명하던 중 이대로는 운동이 안 되는 듯해서 수영을 등록했다. 뛰는 건 너무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다. 몸은 안 따라주지만 그래도 처음 배우는 수영 영법이라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수영은 식욕을 당기게 하는 역효과가 이렇게 심할 줄이야. 반년 정도 하루도 안 빠지고 정말 열심히 했지만, 체중감량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운동 2. 다이어트 점핑
집 앞에 다이어트 점핑을 하는 곳이 생겨 1회 무료체험을 해보려고 방문했다가 바로 등록해 버렸다. 뭐지? 5일 만에 1kg를 감량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강사 선생님이 1년 만에 30kg를 감량한 어마어마한 Before - After를 보여주셔서 약간 충동적으로 3개월을 등록했는데. 운동 강도가 아주아주 힘들다. 땀이 정말 줄줄 흐를 정도로. 운동 후에는 단백질 셰이크를 주는데 다른 곳과 달리 강요하지 않고 판매에도 소극적이라서 맘에 들었다.
하루 한 시간이 조금 안되는데 저녁에 열심히 뛰고 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정말 땀을 쪽 빼준다.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데, 하고 나면 살 것 같다. 땀이 쪽 빠져서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데 살 못 빼면 억울할 것 같은 생각에 식욕 조절이 된다.
어릴 적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잘 먹고 자랐다. 친정엄마는 요리를 정말 잘하셨고 집에서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거의 다 만들어주셨었다. 아픈 곳 없이 자란 나에게 건강은 당연한 거라 여겼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며 체력도 바닥나고 몸이 무거워졌다. 스스로 내 몸을 보살피지 않았다.
몸이 무거우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생각만 앞서니 머리도 안 돌아가는 느낌이 위기감을 불러왔다. 이게 바로 나이가 들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이대로 순응하기에는 40대는 너무 젊지 않나. 운동하면서 머리를 비워보려고 한다. 물론 몸도 가볍게 만들어야지.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리라 다짐하며. 그리고 살은 꼭 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