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판단의 모순
과거 유시민 씨가 했던 유명한 발언 중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잡혀가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우리나라 2030 세대, 현재의 4050 세대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됐지만 과거 정치인이 다 사라지고 처음으로 들어선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인물에 의한 정부가 노무현 정부였다.
당시 2030 세대의 기대감이 컸고, 이런 세대를 이끄는 차세대 정치인 중 하나가 유시민 씨였다.
유시민 씨는 386세대(현재 586)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로 꼽히며 국회의원도 했고 보건복지부 장관도 역임했다. 지금은 믿을 수 없지만 그때는 경상도에서 조차 호감을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많이 유행하던 말이 '똘레랑스'란 프랑스어다. 관용, 아량 뭐 대충 그런 뜻인데.
다름을 인정하고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오던 시절이다.
'틀린 게 아니다 다른 것이다'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이런 관점에서 20대에 군대를 제대한 이후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나는 진보 진영에 대해 호감을 가졌다. 사상의 자유, 어떤 생각도 관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아량.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그 주장을 할 자유와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논리에 매료됐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런 주장을 하던 진보 진영 사람들은 어느 순간 완벽한 진영논리.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옳음과 틀림만 존재한다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자신들이 보기에 '틀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응징'과 '배제'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심지어 '박멸'을 시켜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하고 도덕적 우울감이 빠져있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과연 그분들이 그런 분들이었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탄압하고 광주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씨 사면을 건의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IMF 외환위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국론 대립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라 믿었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고 주장하던 소위 진보세력이 20여 년이 지나
"너희는 틀렸고 틀린 사람들은 모두 응징, 박멸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그 박멸을 위해선 어떤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을 보며.
절대권력은 반드시 변질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