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밀 VS 외부 러닝에 대한 생각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한 달에 180~200km 정도를 뛰고 한번 뛰면 12~13km를 달린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던 2022년 11월과 달라진 점이라면 당시엔 1분 이상 뛰는 것도 벅찼지만, 이제는 하프정도 거리는 한 번에 뛰는데 큰 무리가 없다.
10km를 1시간 안에 뛰는 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최고 기록(물론 기록을 세우려고 뛴 것은 아니다)으론 10km를 43분대에 뛰었다.
여전히 마라톤 풀코스를 1년에도 몇 번씩 완주하고 매일 달리기를 하는 고수들에 비하면 초보를 겨우 벗어난 수준이긴 하다. 그런데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늘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무릎이 아프지 않아요? 2. 러닝머신 뛰어요?
사실 러너들에게 러닝머신을 뛰는 행위는 정식 운동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러닝머신을 뛰는 것은 뭔가 부끄러운 일, 진짜 러너라면 추운 겨울에도 밖에 나가서 뛰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는듯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쉽게 달릴 수 있는 곳은 헬스장에 있는 러닝머신 위다. 나도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현재도 겨울엔 거의 러닝머신에서 뛴다.(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호텔 헬스장에서 아침에 러닝머신 뛰는게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SNS 등에서 누가 러닝머신에서 달렸다는 글을 쓰면 어김없이 댓글에 "달리기는 밖에서 뛰어야 운동효과가 있다. 러닝머신에서 뛰면 제대로 근육 발달이 안된다" 등 부정적 의견이 붙곤 한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밖에서 달릴 때 장점도 있고 러닝머신에서 뛸 때 장점이 있다. 밖에서 뛰면 무조건 좋고,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은 제대로 된 운동이 아니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러닝머신에 대한 '죄책감(?)' 탓에 무동력 트레이드밀이 나온 듯하다. 그런데 무동력 트레이드밀은 사실 실제 러닝과 비슷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경우엔 러닝머신과 야외 달리기를 비교하면 야외 달리기가 훨씬 뛰기 편하고 기록도 잘 나온다. 러닝머신은 강제로 돌아가는 머신 위에서 달리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달려도 야외보다 훨씬 힘들고 지루하다.
그래서 러닝머신 위에선 50분 안으로 10km를 뛰는 것도 쉽지가 않지만, 밖에서 달리면 천천히 달리는 듯 느껴도 대부분 40분대에 달리곤 한다.
그런데 무동력 트레이드밀은 스스로 발판을 밀어서 회전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힘이 더 들어가, 실제 달리기보다도 훨씬 힘들다. 따라서 굳이 야외 달리기를 못하는 죄책감을 덜려고 무동력 트레이드밀을 쓸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다시 글 초반으로 돌아가서 왜 러닝머신을 뛰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난 2가지로 답하고 싶다.
1. 규칙적으로 언제든 뛰기 위한 목적 2.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뛰기 위한 목적
야외 달리기는 분명 장점이 많고 기록 단축에도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날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내 경우 한여름에 낮에 달리다가 쓰러질 뻔도 했고, 겨울에 장갑을 까먹고 나갔다가 손이 얼어 터질 뻔하기도 했다. 또 겨울엔 방한이 제대로 안되면 땀이 식어 감기에 걸리거나 건강을 해칠 위험도 있다.
반면 헬스장 러닝머신은 사계절 언제든 달릴 수 있다. 특히 부상의 위험이 야외 달리기보다 훨씬 적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꺼리는 이유로 늘 거론하는 게 '무릎'이다. 연골은 수명이 있기 때문에 많이 쓰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그러나 달릴 때는 무릎을 굽히고 펴는 동작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골 수명과는 별 관련이 없고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시킨다는 게 내가 찾아본 의사들과 전문가들의 결론이었다.
내 경우에도 2년 넘게 달리며 무릎이 아픈 적은 거의 없었는데, 단 한번 처음 야외에서 달리기를 할 때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코스에서 싸구려 러닝화를 신고 뛰었을 때 엄청난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
야외 러닝은 바닥의 재질이나 러닝 코스의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중간에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러닝 코스엔 대부분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달리던 중 사람을 피하려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스탭이 꼬여서 발목이나 무릎을 다칠 수도 있다.
특히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곳에 쿠션이 없는 러닝화를 신고 달리면 그 충격이 무릎에 그대로 전달돼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상 없이 지속적으로 러닝을 하는 데는 러닝머신이 아주 효과적이고 좋은 선택지다.
내 경우 겨울에는 헬스장이 문을 닫을 때 외에는 거의 러닝머신을 뛰고,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에는 야외에서 달리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시간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러닝머신이 잠깐 짬을 내 달리기는 가장 좋은 선택지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한다고 부끄럽거나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가 달리는 이유는 올림픽에 나가거나 선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서브3를 달성한다고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결국 달리기의 목적은 내 건강을 지키고 오랫동안 부상 없이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어차피 기록은 경신하는데 한계가 있다. 나는 선수가 되려고 달리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뛰는 게 야외에서 뛰는 것보다 힘이 덜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러닝머신에서 뛰다가 밖에 나가보면 훨씬 기록이 좋아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러닝 열풍이다. 해외에선 이미 70~80년대부터 조깅이 유행이고 생활이었다. 유럽이나 선진국을 가보면 길이나 공원에서 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 꿈은 죽을 때까지 뛰는 것이다. 그러려면 러닝머신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