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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지석 May 17. 2019

#9. 사랑이란?

L일병을 통해서 본 심리를 움직이는 힘

사랑의 정의는 너무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랑에 대한 대상도 집약적이지 않고, 드 넓은 바다처럼 모든 만물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행복만큼이나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복잡한 사랑의 의미 속에서 심리를 움직이는 힘을 군대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일말 상초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일병 말, 상병초를 뜻하는 말인데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할 때쯤(약 1년) 여자 친구와 헤어진다는 말이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많은 연인들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헤어짐을 겪는다. 장교라고 다르지 않다. 소위 말, 중위 초(약 1년)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파주에서 중대장을 할 때 여자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L일병을 면담한 적이 있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여러 고충들이 있지만 이런 개인적인 고충을 상담해주는 게 쉽지 않았다. 딱히 해결책이 없는 돌파구 없는 문제였고, 그저 다독여 사고 치지 말고 무사히 군 복무에 집중하기를 유도했다.


L일병은 숱한 여자 친구 문제로 봐왔던 여느 병사들과 다를 게 없었다. 연락조차 되지 않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은 비슷한 연애 상황에 헤어짐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평소에 적극적이고 똑 부러지는 모습은 한순간 없어졌고, 의기소침한 모습과 눈물이 일상이 되는 듯했다. 그냥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애써 잡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대뜸 중대장에게 찾아와 자기를 내보내 달라고 했다.


"중대장님, 저 한 번만 주말에 외출 보내주시면 여자 친구랑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머릿속으로 봤던 안 좋은 뉴스 기사거리와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이내 내가 힘들 때 공감해주지 못했던 교관님이 떠올랐다. *#2. 가치관의 차이 참고


'L일병이 스스로 잘 극복할 수 있을 텐데 내가 넘겨짚어 판단하는게 아닌가?’생각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1박 2일 외박을 보내줬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행정반에 복귀한 L일병이 찾아왔다.

경제용어 중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나는 L일병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중대장님, 여자 친구랑 잘 해결하고 들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풀었어?"

"아닙니다, 깔끔하게 헤어졌습니다."

"그래, 잘했다"


의외의 대답이었지만 더 이상 되묻지 않았다. 하지만 L일병의 눈에선 최근 보지 못했던 생기와 웃음이 보였다.

며칠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은 그의 심리를 사랑이라는 이유로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사랑이라고 생각됐다. 연인과의 사랑을 위해 불처럼 뜨겁기도 하고 물처럼 차갑기고 하면서 때로는 알 수 없는 용기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또,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많은 걸 희생해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사랑이란 그래서 무엇일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심오해지고, 행복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다.


Everything that i understand,
I understand only because i love. -Lev Nikolaevich Tols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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