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살아도 잘 살았겠지

by JS



"오빠는 조선시대에 태어나서, 부모님이 정해주신 얼굴도 모르는 여자랑 살아도 잘 살았을 거야."

운전 중이던 남편에게 툭 던진 말이었다.

빈말도 아니고, 비꼬는 말도 아니었다.

그냥 오랜 연애와 결혼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내린 결론 중 하나였다.

정말 그랬다.

우리 오빠라면 누구와 함께 살아도 잘 맞추며 지냈을 거다.






남편은 성격이 온유한 사람이다.

내가 정말 갖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성격.


타인을 험담하지 않고,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는 사람.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땐 사회생활을 위한 모습이 아닐까 싶었는데, 오랜 시간을 함께해 보니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남편은 세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믿었다.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나는 그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런 남편은, 허점 많고 모난 나를 보면서도 굳이 부족한 부분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잘하는 것과 예쁜 모습만 마음에 담아주고 칭찬해 줬다.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침대에서 뭉그적대도 "예쁘다." 했고,

컵이라도 깨면 "괜찮아? 다쳤어?", "많이 놀랐지? 오빠가 치울 테니까 저리 가 있어." 했다.


그 흔한 "조심 좀 하지." 한마디조차 없었다.

안 다쳤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




그렇게 수많은 순간들이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 사람은 누구랑 살았어도 잘 살았을 거야.'

나처럼 모난 사람도 이렇게 맞춰주고 아껴주는데,

정말 마음이 곱고 착한 여자와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처음엔 "왜 그런 말을 해?" 하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참을 말없이 운전하던 남편은, 차가 신호를 받아 정지선에 멈추자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여자가 여보가 아니라면 행복하게 살지는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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