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회사 일로 가끔 출장을 간다.
보통 왕복 5시간쯤 걸리는 곳이라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르지만, 대개 편의점에서 마실 걸 사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정도로 볼일만 보고 서둘러 다시 출발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출장을 가던 날.
갑자기 남편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호두과자 봉투.
곧이어 도착한 카톡 메시지.
"나 호두과자 사 먹었어!!!"
느낌표 세 개에서 전해지는 남편의 신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리고 왠지 기특했다. 혼자 호두과자를 주문해서 사다니.
연애 초, 남편은 정말 조용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식당 종업원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데이트 중 저녁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음식을 주문하려고 벨을 누르려 하자, 남편이 내 손을 막아섰다.
"지금 저분 되게 바빠 보여."
...... 그래서?
나는 배가 고프고, 우리는 손님이고, 주문을 해야 하는데?
이어지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 좀 있다가 부를까?"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빠 손을 치우고 벨을 누르자, 남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다가온 종업원에게 내가 메뉴를 주문하는 동안, 남편은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주문이 끝나고 종업원이 돌아가자, 남편이 뜬금없이 말했다.
"여보는 진짜 대단해."
...... 뭐가?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게 언제부터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을까.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남편을, 그러니까 그 당시의 남자친구를 바라보았다.
배달 어플 같은 비대면 배달 플랫폼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배달 음식 주문도 못했을 사람아.
그런 남편이, 시간이 흘러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혼자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 먹었다.
어떻게 기특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편은 커다란 아들을 키우는 것과 같다던데,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
이 작은 변화가 왜 이렇게 뿌듯하고 기특한지 모르겠다.
요즘엔 혼자서 식당에서 주문도 척척하고, 심지어 종업원이랑 대화도 자연스럽게 잘한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호두과자 한 봉지만큼 성장한 것 같아서 아주 예뻐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