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을 아끼는 사람

by JS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좀 무뚝뚝하긴 해도, 속이 깊고 정이 많은 착한 동생이다.

보통의 남매보다 내가 동생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유년시절, 부모님 문제로 힘든 순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겪고, 공감하고, 아파했던 기억들 때문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비가 오면 전화를 걸어 "누나, 우산 들고나갔어?"하고 묻는 그런 착한 동생이다.



아무튼 동생은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던 어린 시절, 동생은 어른들에게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네가 너희 집 가장이니 엄마랑 누나를 잘 챙겨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때 어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이를 먹은 지금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무던한 성격이었으면 좋으련만, 무던한 사람도 계속 들으면 마음 한편에 쌓이는 법이라 여린 동생에게는 제법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동생이 대학에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나는 늘 누나로서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좀 더 철없고, 좀 덜 상처받으며 살았으면 하고 욕심냈지만, 나는 그 정도로 너른 가림막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결혼 전 몇 번의 연애를 하는 동안, 내 동생은 단 한 번도 내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심지어 초면에 면전에서 "우리 누나랑 헤어지세요."한 적도 있었다.

도대체 동생의 기준이 뭔지는 몰라도, 한 번도 오케이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처음 소개할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생은 뜻밖에도 첫 만남에서 밥을 먹다 말고 말했다.

"형. 나중에 같이 낚시 가요."



그 뒤로 둘은 따로 연락도 하는 것 같았다. 연애하는 동안 오빠는 능글맞게 "처남 잘 지낸데?", "처남 뭐 먹고 싶은 거 없데?" 하며 매형 행세도 해댔다.

말로만 매형 행세를 한 건 아니었다.

대학에 다닐 때, 과 특성상 더 높은 사양의 노트북이 필요해 새로 장만하려던 오빠는, 기존에 쓰던 노트북을 중고로 파는 대신 "아직 멀쩡하니 필요하면 쓸래?" 하며 내 동생에게 노트북을 건넸다.



그 일이 벌써 7~8년 전이다.

그 사이 우리는 결혼했고, 동생은 군대도 다녀와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생활비와 월세를 벌어가며 힘든 서울살이를 견디는 모습이 참 기특했다.

그러다 명절에 집에 내려온 동생과 이런 저린 얘기를 하다가 아직도 그 노트북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 잘 안 돼서 새로 사려고."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동생이 서울로 돌아간 뒤 대뜸 말했다.


"우리 처남 노트북 사주자!!"

이왕 사줄 거면 좋은 거로 사주자며 신난 얼굴로 말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마음이 찡했다.

"고마워."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은 처가에, 혹은 시댁에 돈 쓰는 걸 아까워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무슨 복이 많아서 이렇게 좋은 남편을 만난 걸까.

그때 남편이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다른 사람들은 남편 몰래 처가에 뭘 사주기도 한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편을 쳐다봤다.

그러자 남편이 예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여보는 내가 생색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얼마나 착한 와이프야?"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말을 잘하는지.

곁에서 함께해 주는 이 사람 덕분에 나는 오늘도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해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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