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중 마음의 별이 보였어 #07

발맞추어 걷기

by 사단화

- Anne Murray의 you needed me를 들으시면 좋습니다.


지방천이 흐르는 어느 작은 마을,

도시와 연결되는 다리를 가진 곳.

하지만 도시이기에는 사람 냄새가 담장 너머 퍼지는 곳.

도시가 아닌 곳.


밭을 곧추 세우는 비닐하우스는 새벽이슬에도 늠름하다.

어느 취객은 술이 거나하게 들이켰는지 걷는 것인지, 기어가는 것인지.

집으로 향하고 있었겠지. 꼭 그랬었겠지.

밭이 밭스럽게, 하천이 하천스럽게.

사람의 소리는 없다.

그저 발자국 옮기는 소리만 땅을 타고 일렁인다.


정적을 가르는 얇고 찢어지는 외마디 지저귐.

이질적인 소리에 놀란 취객 그대로 자빠지다 다행히 몸을 세운다.

급히 앞섶을 여미고 깊은 한숨 가슴속으로부터 내미는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흰색 개 한 마리.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 이어지는 다른 개들의 합창

앞보다 확연히 더 찢어지는 소리, 강아지다.

비틀대던 걸음은 이내 제정신을 차리고,

어미 개를 노려본다. 어미개도 취객을 노린다.

취객은 있는 힘을 최대한 끄집어내 읍내를 향해 걷는다. 개도 따라온다.

한 걸음 가면 한 걸음을 붙는다. 일정 거리 이상을 좁히지 않은 채로.


취객은 돌아본다. 개는 취객을 향해 몸을 완전히 돌린 채로 제 뒤를 지킨다.

무서웠겠지, 아무도 도울 이 없는 긴 밭길에서 개를 마주한단 것은.

아무도 도울 이 없는 긴 밭길에서 제 새끼를 지킨다는 것은.


취객은 더 이상 큰 몸짓을 하지 못한다. 뒤따라 개가 온다.

천천히 발을 뗀다.

그리고 읍내로 향하는 밭길 속 돌계단에 다다르니, 안심이 되었는지 한숨을 쉰다.

겨울, 나오는 입김은 퍼지는 듯했으나 금세 하늘로 사라진다.


다른 어느 날 익숙한 소리가 난다.

저벅저벅, 그때의 그 발걸음.

또 당신이다. 그때랑 별반 다를 것 없는.

어디서 술을 그리 마셨는지요. 어째서 이런 곳까지 걸어 다니십니까.

돈이 없어서 택시를 못 타는지, 순정을 지키는지.

취객은 오늘도 걷는다.


오늘, 개 짖는 소리는 없다.

왜 하필, 없어야 했는가.

강아지들의 노래도 없다.

집에 가는 취객, 천천히 계속해서 뒤를 확인한다.

비틀거리던 몸을 일으켜 똑바로 걸으려고,

똑바로 보려고 한다. 그 길었던 밭길 오늘따라 짧다.

이제는 취객이 아니다.


또 계단까지 걸었다. 개는 없다.

영영 못 만나니, 영영 보고플밖에.

계단 위 읍내 앞. 뒤를 돌아 밭길을 살핀다.

겨울, 나오는 입김은 퍼지는 듯했으나 금세 하늘로 사라진다.

계속 사라져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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