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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리 Jul 22. 2024

혼자여행을 하면서 배운 것

10년간 일했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일했던 시간과는 달리 동남아 여행의 시작은 백팩 하나, 그렇게 단출하게 시작했다.


첫 여행지는 태국 방콕. 당시 기분은 '어안이 벙벙했다'가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유 없이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에 행복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자유를 위한 첫 여행이 나란 존재를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몇 날 며칠을 입에 단내가 나도록 말을 하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반겨주는 이 없고 말할 이도 없는, 이런 게 자유라면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를 아는 곳에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반겨주는 곳에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많이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라는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스스로 벽을 깨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사람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늘 경쟁과 변화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썼는데 그래서 많이 잊고 살았던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비언어적 표현만으로도 행복의 의미를 일깨우기에는 충분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는 길이 없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행복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가장 '나'다워 지는 순간, 꼬이거나 꾸밈없이 진솔하게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

완벽한 행복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며 나답게 행동하는 아름다움.

어딘가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한 것. 가끔 고독함이 찾아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언젠가 한번 사랑한 순간들을 꺼내 볼 수 있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온 마음을 다 했던 모든 날들.


-태국, 라오스, 베트남 배낭여행 中-

(@912_guk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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